[사설]출세를 위해 정보장사 정보상납하는 공직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2006년 국가정보원 5급 정보관이던 고모 씨는 당시 민주당 조직국장 김모 씨에게서 제보를 받고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뒷조사에 착수했다. 고 씨는 서울시장을 지낸 이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이고 참모그룹까지 조사했다.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등 정부기관 5곳을 동원해 자료 563건을 수집했다. 그는 제보를 한 민주당 관계자와 무려 71차례나 통화를 하고 수시로 식사도 했다. 정보기관 종사자의 합법적인 직무라고 보기 어렵다. 고 씨는 “공직자의 비리 정보 수집은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과거 독재정권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도 정보기관들은 각계 주요 인사들을 불법 사찰하거나 도청했다. 정보기관 종사자들이 정보를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일반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유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출세에 눈이 멀어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각이다. 그 공으로 정권이 바뀐 뒤 한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각 정파에 줄을 댄 정보장사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관세청 9급 공무원은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천 후보자 등의 출입국 기록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보좌관에게 유출했다. 자료를 빼낸 공무원과 부탁한 민주당 보좌관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이다. 출입국 기록 조회 권한이 없는 관세청 직원은 거짓말로 동료들을 속여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료를 이용해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의 자료들이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이라는 공적인 목적에 활용됐다고 하지만 목적이 정당하다고 수단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리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판부가 관세청 공무원이 제기한 해임무효 청구소송을 기각한 판결은 정당하다.

공직자가 수집하고 관리하는 정보는 공직자 개인의 것일 수 없고, 특정 정파의 것도 아니다. 정보의 수집과 관리는 철저히 법에 근거해야 한다. 공적인 정보를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정보 장사와 정보 상납은 반드시 근절해야 할 민주주의의 악(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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