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설업계 위기 ‘구조조정과 회생책’ 균형 이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한때 건설업계의 돈줄 역할을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건설업계를 질식시키고 있다. 유동성 부족에 빠진 저축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을 거부하면서 건설업체들의 돈줄이 끊긴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곳이 28곳이나 된다.

건설업계 줄도산 위기는 금융당국이 PF 규제를 강화하면서 예고됐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PF 대출을 전체 여신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유도하자 저축은행들이 PF 대출 회수에 나서 건설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채권은행들이 이달 중 시행하는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건설사 추가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PF 대출 잔액은 은행권 38조7000억 원, 제2금융권 27조7000억 원이다. 제2금융권의 PF 연체율은 증권사 30%, 저축은행 25%로 은행권보다 2배 이상 높다. 증권사는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대출을 회수해 위험요인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26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12조2000억 원의 PF 대출 잔액 가운데 6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대출이 7413억 원으로 6개월 사이에 48% 늘었다.

저축은행 PF 대출 부실 확대는 저축은행과 건설업계가 무리하게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인 탓이 크지만 금융당국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에 따른 정책 실패도 한몫 거들었다. 2007년부터 주택 미분양 사태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금감원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후 가계부채 부실과 함께 ‘경제 지뢰’로 불렸음에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가 사태가 악화하자 작년 6월 2조5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저축은행에 집어넣는 손쉬운 미봉책을 썼다. 은행과 대형 저축은행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토록 해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는 20, 21일 전현직 경제 및 금융당국 수장(首長)들을 증인으로 불러 ‘저축은행 부실 사태 청문회’를 연다. 여야는 정책 실패의 원인과 향후 대응방안을 찾아내고 정책 책임을 제대로 따지기 바란다. 정부는 저축은행과 건설업계의 부실을 정리하되 경쟁력 있는 업체의 회생을 돕는 대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회생책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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