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열]초고속재판… 집유… 법원, 재벌에만 ‘세심한 배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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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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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사회부
유성열 사회부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재벌 2세 정도면 초고속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7일 인터넷 공간에서는 최철원 전 M&M 대표(42)의 항소심 선고가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계약 연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화물차주 유모 씨를 폭행하고 ‘맷값’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전 대표는 6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법원 내에서는 “사건의 성격상 피해자와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예상됐던 판결”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지만 누리꾼들은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비판은 무엇보다 최 전 대표에 대한 ‘일사천리 재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6일 첫 공판을 끝낸 뒤 불과 1시간 반 만에 ‘즉일(卽日)선고’를 했다. 보통 결심공판이 끝나고 1, 2주 후에 선고기일을 따로 잡고 그사이에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이 합의를 하고 판결문을 작성한 뒤 선고를 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초고속 선고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재판부가 내놓은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즉일선고가 원칙이고 △피해자와 합의했는데도 미결구금일수가 너무 길어진 데다 △공판 때마다 1, 2건씩 즉일선고를 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전 대표는 피해자인 유 씨와 지난달 16일 합의했고, 이 재판부는 매주 1, 2건씩 즉일선고를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구속된 최 전 대표의 미결구금일수는 120일로 최장 구속기간이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미결구금일수가 길었다는 점도 일리는 있다.

재판부의 해명은 이처럼 법적으로 꼬투리를 잡을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유가 아무리 적법하더라도 대기업 창업주의 2세에 대한 초고속 선고와 그에 따른 석방 조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즉일선고가 원칙이라면서도 즉일선고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형사재판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선고기일을 별도로 잡아 선고했다면 이런 비판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최 전 대표의 변호는 유명 로펌 2곳이 맡았고 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 가운데 3명은 판사 출신이었다. 그중 1명은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형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미뤄 볼 때 거액의 선임료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항소심에서만은 하루라도 빨리 풀려나야 한다는 조바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법률적으로는 예상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법원에 대한 씁쓸한 감정을 지우기 어려울 것 같다.

유성열 사회부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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