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국희]구제역 사태, 건강축산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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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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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전문연구위원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명예교수
강국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전문연구위원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명예교수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정부의 예비비까지 다 소진하면서 3개월간 사투를 벌였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구제역 사태는 특수 질병의 전문기술관리 분야여서 농림수산식품부 관련부서 책임자와 제한된 수의축산 전문가들의 선에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그 특수전문지식의 독점현상으로 소통의 벽이 높았고, 정책결정자들도 폭넓은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끼리끼리의 편리함에 매몰돼 이번에도 올바른 의견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던 점을 반성하고, 향후 대책 수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바이러스가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방역을 잘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적합하지 않은 변화된 날씨 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날씨가 바이러스 증식에 적합하게 바뀌면 다시 극성을 부릴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도살처분정책은 일부 선진국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특수한 축산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 것은 문제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한 수의축산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는 거의 없고 언론도 정부 측 전문가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고 본다. 신문의 지상토론회나 TV 좌담회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소개하고 좀 더 심층 분석하는 보도가 잘 안 보였던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우리 축산의 국내 사육 환경과 구제역이 빈발하는 나라와 가까운 지리적 특수성으로 볼 때 구제역 청정국의 유지는 불가능한 것임에도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역과 도살처분 방법에 의존하다가 실패하게 되었으며, 결국 비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것은 특이하다. 교수 지식인 200여 명이 도살처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지만 그중에 축산수의 전문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가산업의 어떤 정책에 찬반이 없을 수 없으며 그런 토론 과정에서 국민들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과학시대인 오늘날 국민들의 상식과 의식은 매우 높아졌다. 국가적 기술관리 문제가 전문가 고유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으면 정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구제역뿐만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 기타 가축전염병에 대한 국민 홍보가 평상시 이루어져 상식화되어야 정책 수행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앞으로 축산업에 미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보상문제도 아니요, 방역기술 문제의 개선도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축산업자들에 대한 반대 여론이다. 이것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지역민심이다. 축산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민심은 멀어지고 있다. 도살처분에 따른 매몰지 인근 주민들의 피해의식과 반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비록 값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교훈을 얻었고 정부의 종합대책도 발표됐다. 사육농가에 대한 관리, 밀집사육 문제점 및 축산구조와 방역기술의 개선, 백신산업 육성 등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건강축산의 길은 열릴 것으로 본다.

앞으로 구제역이나 가축전염병 대책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시스템이다. 가축의 생활환경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과 질병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사료첨가제를 비롯한 항생제, 호르몬제, 농약 오염 등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최종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강국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전문연구위원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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