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년 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경기도의회는 최근 세금으로 스크린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려다 비판이 쏟아지자 없던 일로 돌렸다. 지난해 말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도의원 전원에게 예산으로 스마트폰을 나눠주려고 했던 계획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인천의 한 구의회에서는 지난해 말 어린이집 원장 출신의 여야 의원 2명이 어린이집에 배정될 영유아 급식비 지원예산을 놓고 난투극을 벌였다. 26일로 지방의회 선거가 부활한 지 20년을 맞은 지방의회의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이다.

지방의회는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닻을 올렸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 주민을 위해 무료로 봉사한다는 취지였다. 무보수 지방의원제는 세계 여러 나라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2006년 의정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유급(有給)제로 바꿨다. 전국적으로 광역의원 761명과 기초의원 2888명에게 의정비로 연간 1300억여 원의 국민 세금이 지급된다.

유급제 도입 이후 지방의회가 주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에 의원들은 의정비를 더 챙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가 지난해 의정비 인상을 위해 주민의견 설문지를 왜곡 작성해 물의를 빚었다. 선거법 위반과 각종 이권 개입 등으로 사법 처리된 지방의원은 1기에 78명이었으나 4기 395명, 5기(2006년 7월∼2009년 12월) 267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특별위원회는 정치개혁을 위해 서울시와 6개 광역시 구의회 폐지에 합의했으나 여야가 합의안에 퇴짜를 놓았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의회 선거가 벌어지면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방의원 후보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한다. 지방의원 자리를 평소 자신을 후원해준 사람을 챙기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국회의원들이 구의회 폐지에 반대한 것이다. 구의회를 폐지하면 연간 400억 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지방의원이 국가공동체에 대한 고민 없이 지역이기주의에 집착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지방의회가 주요 국책사업의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갈등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2012년 6월까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밑그림을 내놓게 된다. 이를 통해 시군구의 통폐합 논의가 활발해지면 지방의회 역시 대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방의회 20년을 맞아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이유를 헤아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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