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대북방송 대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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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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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對南)방송인 ‘평양방송’은 2000년 12월까지 ‘난수(亂數) 방송’을 했다. 밤 12시부터 30분 동안 숫자를 불러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은 “평양에 있는 큰아버지가 서울의 조카에게 보낸다”는 식으로 시작됐다. 서울의 조카는 특정 간첩을 부르는 암호다. 그리고 15분 동안 “3, 15, 128…” 식으로 숫자를 부른다. 호출된 간첩이 제대로 받아 적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15분간 다시 반복한다. 간첩이 갖고 있던 해독표로 이 숫자를 풀면 지령이 나왔다.

▷평양방송은 한국에서 인터넷 사용이 늘자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 그 대신에 북한을 선전하고 남한을 비난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 지금도 하루 10시간 정도 방송하고 있다. 상투적인 내용이지만 무한 반복 전략으로 남한 국민의 세뇌를 노린다. 북한은 또 다른 대남심리전 방송인 ‘개성방송’도 송출하고 있다. 요즘 이 방송은 전력 사정이 나빠서인지 드문드문 송출한다. 해외에 있는 친북 교포를 겨냥한 국제방송도 보내고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방송은 KBS의 사회교육방송, 극동방송, 아리랑TV 등이다. KBS 사회교육방송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한민족방송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에 거주하는 동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극동방송은 공산권 선교가 목적이어서 순수한 대북방송으로 볼 수 없다. 아리랑TV는 한국의 TV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중국제 TV수상기가 있어야 볼 수 있기에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존 대북 방송의 한계를 메워준 매체가 탈북자들이 2004년부터 시작한 민간 대북방송들이다. 노무현 정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외국에서 단파 주파수를 돈을 주고 빌려 방송을 시작했다. 단파 방송은 멀리 전달되는 장점이 있지만 음질이 좋지 않다. 반면에 중파(AM)는 단파만큼 멀리 가지는 못하나 음질이 양호하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민간 대북방송에 중파 할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대북방송이 중파로 송출되면 평안남도 이남의 북한 주민들이 깨끗한 음질로 우리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북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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