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GPS 공격도 도발인데 왜 대응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북한이 남한의 국가 기반시설과 무기체계를 겨냥해 본격적인 전자전(電子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혼란에 이어 지난주 발생한 GPS 피해도 북한이 발사한 교란 전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란 전파는 개성과 금강산에서 발사됐다. 4일 시작돼 아직까지 컴퓨터에 피해를 주고 있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도 북한 소행인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휴대전화의 시계에 오류가 생기거나 통화 품질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해상 사격훈련을 위해 띄운 무인정찰기가 교란 전파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군(軍)을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멈추고 고속철도(KTX) 운행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이 기습 도발에 앞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감추기 위해 전파 교란을 활용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공항관제탑 모니터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동식 전파 교란 장비를 도입했다는 정보를 작년에 입수했다. 이 장비는 50∼100km 범위에 있는 GPS와 일반 전파를 교란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군, 통신업체의 대비 태세는 크게 미흡하다. 지난해 8월 GPS 혼란 당시 SK텔레콤은 91개 기지국에 이상이 생겼으나 4개 기지국만 겨우 안테나 위치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했다. 나머지 87개 기지국은 북한의 GPS 교란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했다.

군사력을 이용한 공격만 도발이 아니다. 정보시스템을 뒤흔드는 전자전도 심각한 도발이다. 우리가 피해를 보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북한은 신이 나서 더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것이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이 또다시 전자전을 시도할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GPS 교란은 국제적으로도 용인되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의 GPS 교란이 ‘유해(有害)한 혼선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ITU 조사도 요청해야 한다.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전자전 도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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