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정부 3년의 서글픈 교육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이명박 정부는 3년 전 출범 당시 교육정책에서 자율과 경쟁을 두 가지 큰 원칙으로 내세웠다. 학교에 대한 획일적 규제를 걷어내 자율성을 부여하고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교육정책은 심하게 왜곡됐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도입 등 자율과 경쟁에 부합하는 조치가 일부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외국어고 정원 축소와 입시방식 변경, 자율고 추첨 선발 등의 주요 정책은 정부 규제와 개입을 강화하고 우수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역별 만점자가 1%까지 나오도록 시험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고교 내신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에서 A∼F의 6단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내놓았다. 절대평가에서는 극단적으로 말해 전교생에게 A를 줄 수도 있다. ‘물 수능’에 ‘물 내신’까지 예고되자 대학들은 논술 면접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는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변별력을 잃은 입시제도는 개인적으로는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학생도 좀 더 잘하게 하는’ 공부의 동기(動機)를 퇴화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후퇴시킨다. 대학들에 ‘대충 뽑아 잘 가르치라’는 얘기는 무책임하다.

국민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인사비리 입찰비리 수학여행비리 등 각종 교육비리가 불거졌다. 이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은 지난해 6명의 좌파 교육감을 당선시킨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다. 권력을 잡은 좌파 교육감들은 인권조례, 체벌금지, 학업성취도평가 및 교원평가제 거부를 들고 나와 교육현장을 정치이념으로 물들이고 있다. 일부 교육감이 서슴지 않는 미래의 ‘운동권 투사 만들기’에 학부모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역주행에는 ‘사교육비 줄이기’에 대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은 절실하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최종 목표가 ‘사교육 잡기’로 굳어지면 교육의 본질이 왜곡된다. 현재의 교육정책은 우수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을 사실상 외면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듯하다. 이런 교육정책 아래 자라난 학생들이 앞으로 치열한 세계무대에서 다른 국가의 젊은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미래세대의 삶과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정부는 교육의 원칙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사교육비 억제는 교원평가제 도입 등 공교육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 사교육은 꿈도 못 꾸는 저소득층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길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인재양성도, 친서민도 모두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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