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령독재든 일당독재든 종착역은 민주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벼랑 끝에 몰렸다. 북아프리카·중동에서 리비아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기대를 뛰어넘는 역사의 진행을 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의 민주화 물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후(戰後) 식민지의 독립 물결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고 1989년과 1990년 동유럽 공산정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그리고 오늘날 민주화 무풍(無風)지대로 불리던 북아프리카·중동의 독재국가들이 재스민 혁명에 나가떨어지고 있다.

민주화의 파장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공산당 일당(一黨)독재국가 중국에도 몰려왔다. 그제 베이징과 상하이 도심에서 돌발적인 시위가 있었다. 몇몇이 흰 재스민 꽃을 뿌리며 민주화를 외쳤다. 혁명의 꽃이 된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國花)로 북아프리카에서 중국까지 유라시아 벌판을 가로질러 핀다. 중국에서는 모리화(茉莉花)로 불리며 사랑받는다. 지난해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궐석 수상식에서 중국의 전통가요 ‘모리화’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됐다.

리비아는 카다피 국가원수에 대한 우상화로 악명이 높다. 어딜 가나 카다피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가는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민주화의 풍토가 튀니지 이집트보다 더 척박한 나라다. 카다피가 42년간 집권한 리비아가 무너진다면 세계의 눈은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수령독재 국가 북한에 쏠릴 것이다. 리비아도 우상화나 압제 수준에서 북한에는 비할 바 못된다. 리비아에서는 많은 주민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활발하다. 북한에는 인터넷이 철저히 통제되고 SNS도 없다. 그러나 북한도 정보화가 촉발하는 혁명의 물결을 보며 긴장했는지 최근 관영 매체들이 때 아닌 인터넷 비판에 나서고 있다.

극우 군사독재 정권이든, 공산독재 정권이든 외견상 견고해보이던 독재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세계인은 수없이 지켜봤다. 독재정권이 총칼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있지만 정보화로 연결된 민의(民意)가 공포와 침묵을 깨뜨린다. 카다피 정권의 유혈진압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모든 정치 체제의 종착역은 민주주의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사의 흐름은 김정일 독재도 결국 시한부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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