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슬람채권, 종교가 개입할 문제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일부 개신교계 대표가 그제 한나라당을 방문해 이슬람채권법 반대 의사를 전했다. 한기총은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슬람채권(수쿠크)에 대한 한기총의 반응은 지나치다. 수쿠크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자 대신 배당금을 받으니 결국 마찬가지다. 투자를 유치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여러 금융 조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한기총은 수쿠크 수입의 2.5%가 자카트라는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되고 그 돈이 테러단체에 흘러갈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자카트는 석유수출 등 다른 경제행위에도 똑같이 부과된다. 자카트가 겁나면 아예 중동 국가와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외화채권과 비교하면 수쿠크에 과도한 면세 혜택을 준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영국과 비교해보면 영국은 외화표시 채권에 과세하는 나라여서 외화표시 채권에 비과세하는 우리보다 혜택을 적게 주는 것처럼 보일뿐 면세 범위는 비슷하다.

수쿠크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2월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입법순위 1위가 이슬람채권 법안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 말이 맞다면 정부는 떳떳이 밝히고 양해를 구하라. 원전 수출은 원자로만 파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포함한 패키지(package) 수출이다. 은행 규모에서 일본에 뒤지는 한국으로서는 원전 수입국에 제시하는 금융지원에서 경쟁력을 높일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수쿠크에 전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쿠크에는 국내법보다 샤리아가 우선한다. 이슬람 율법학자로 구성된 위원회의 회수결정이라는 경제외적 변수에 의해 계약이 파기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감수해야 할 투자 위험이다. 수쿠크 발행은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 예상되는 손익을 비교해 결정할 일이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서구 국가에서도 수쿠크가 종교적 이유로 거부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부 개신교회와 선교단체는 이슬람 국가에서 무모한 선교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어떤 종교든 이슬람 근본주의처럼 타 종교를 무조건 배척하는 신앙은 옳지 않다. 매사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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