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잉복지 국가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동아일보 기자들이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제도로 유명한 나라들에 가서 확인한 사실은 ‘무한 복지강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복지강국이 앓고 있다’ 시리즈 참조). 재정 파탄에 허덕이는 그리스와 스페인은 물론이고 한국 좌파들이 이상적인 모델로 꼽아온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도 한결같이 보편적 복지 혜택을 줄여가는 추세다.

지난달 24일 동아일보 기자가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인요양원은 작년 11월 민영화됐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로 이름났던 나라지만 방만한 운영을 막고 경쟁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스톡홀름 시내 국립병원의 80%가 민간 운영으로 바뀌었다. 스웨덴 국립병원의 한 간호사는 “공짜 진료 탓에 6개월 이상 병상을 독차지하는 환자가 많아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줄지 않는다”고 했다. ‘남유럽의 신(新)복지천국’으로 불렸던 그리스의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지난해 재정 파산 위기에 몰려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에 기대고 있지만 ‘퍼주기 복지’에 길들여진 국민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사회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다마 뉴타운에서 세탁소를 하다 8년 전 정리한 호리고메 히로시 씨(75) 부부는 월 7만 엔(약 94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는 기자에게 “버스비 200엔도 아까워 걸어 다닌다”며 “재정 부족이 심각하다는 소리가 많아 연금마저 깎이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복지강국으로 유명했던 나라들은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늘고 출산율이 떨어지자 세금 낼 노동자도, 재정 수입도 줄어들었다. 복지 수혜자는 늘어나는데 성장이 받쳐주지 않으니 두 가지 방도밖에 없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도록 복지를 줄이거나, 나랏빚을 더 냄으로써 자식 손자 등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복지를 줄이면 단맛을 빼앗기는 금단현상이 심해 사회가 불안해진다.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가.

동아일보의 시리즈 취재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적절하고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복지는 축배일 수 있지만, 나랏빚을 키워 벌이는 과잉복지 잔치는 국가와 국민에게 독배가 된다. 오늘의 부모세대가 과잉복지를 누리면 자식들에게 남길 유산은 빚과 퇴영적 국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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