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화는 인류史의 필연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30년 독재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결국 하야했다. 전 세계가 무바라크의 퇴진을 이집트 국민과 함께 반기는 동안 자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독재국가들도 있다. 예멘 알제리 등 아랍 국가와 동북아의 두 나라 중국과 북한이다. 중국을 일당(一黨) 지배하고 있는 공산당과 정부는 이집트 시민혁명에 관한 보도를 철저히 통제한다. 인터넷에서 튀니지나 이집트라는 국가 이름만 나오면 정보가 뜨지 않는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중동의 민주화 상황을 2400만 주민이 알지 못하게 보도와 통신을 봉쇄하고 있다.

이집트 민주화는 정권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넘어가지 않는 한 일대 문명사적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18일간 평화시위가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집트는 1989년과 1990년의 동유럽 공산독재정권 붕괴 도미노 상황과 다르다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동유럽에는 그래도 공산화 이전에 시민사회가 형성됐던 전통이 있었지만 코란을 외우고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 국가가 민주화 혁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자유로부터 모든 사람의 자유로 나아가는 세계사의 도도한 진전은 아랍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여 년 전 민주화운동은 동유럽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 전체에 동요를 몰고 왔다. 1989년 중국에서 발생한 6·4톈안먼(天安門) 사태도 민주화 시위였다. 중국 공산당은 총과 탱크로 톈안먼 사태를 진압한 이후 민주화의 싹을 자르면서 일당지배의 영속화를 꾀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언제까지나 현재의 정치체제를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 지배세력은 중동 민주화 같은 변화에 주목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일방적 비호를 끝내는 것이 세계 문명사의 흐름을 따르는 길이며 자국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모레 김정일의 69회 생일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김정일의 생일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함께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죽은 아버지와 그 아들의 생일이 국가 명절이고 또 그 손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는 황당무계한 세습왕조가 21세기 한반도 한편에 존재한다는 것은 한민족의 수치다.

프랑스혁명을 거쳐 최초의 민주화 파고가 유럽을 휩쓴 이후 자유는 늘 예상을 뛰어넘어 전진했다. 1989년 철의 장막 붕괴도 예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2011년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건재하던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정권이 불과 한 달 새 무너졌다. 민주화는 인류사(史)의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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