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보 적자 외면하는 無償의료 선동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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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보험(건보) 재정은 1조3000억 원 적자였다. 보험료로 33조6000억 원을 거뒀으나 지출이 34조9000억 원이나 됐다. 지역 의료보험과 직장 의료보험을 통합한 직후인 2001년 2조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의 최대 적자폭이다. 올해도 별다른 대책 없이 적자를 낼 것이 뻔해 작년 말로 9592억 원이 남은 건보 재정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건보 진료비 지출이 2009년 9조3000억 원에서 2012년 13조4000억 원, 2020년 32조2000억 원, 2030년 70조3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보 전체 지출은 2022년 100조 원을 넘고 2030년 180조 원에 이르게 된다. 2020년 한 해의 건보 적자 규모는 지금의 10배 이상인 16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보 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의료서비스 불모지대가 확대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선택의 대안이 없는 저소득층이다.

정치권의 의료 포퓰리즘이 건보 재정 악화의 주범이다. 정부는 2000년 건보 통합과 의약분업 이후에도 보험 적용 대상과 가입자를 늘렸다. 의료 보험료가 들어올 곳은 뻔한데 비용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급여 수준만 높였으니 적자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상태에서 건보 재정 적자를 막으려면 2011년 5.64%인 직장 가입자의 보험료율을 2030년에는 11.69%까지 올려야 된다. 월급의 10% 이상을 건보료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평균 건보료가 작년 8만 원에서 2030년에는 36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무상(無償)의료 같은 극단적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면 가입자 부담을 폭증시키면서도 건보 자체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무상의료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국민이 똑똑히 알 필요가 있다.

건보 재정 적자는 국가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적자를 국가 예산으로 메워 주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부채나 다름없다. 국가부채가 많다고 공격하던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무상의료 주창자들은 건보 체제 붕괴 우려와 국가부채 급증에 대해 정말 무지한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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