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의 대통령 심기 관리와 黨의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간에 예정됐던 26일의 청와대 만찬이 사실상 취소됐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이라고 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사퇴 요구를 일방적으로 결의하고 발표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처사가 청와대의 눈으로 보면 대통령의 권위와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늘 선거를 신경 써야 하는 여당 사람들이 단임 대통령의 청와대보다는 민심에 더 가깝게 서 있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거사’에는 상당 부분 여론이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식사하며 의견을 듣는 자리마저 피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말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 현명한 군주들은 직언(直言)하는 신하를 내치기보다 오히려 중용하는 포용의 통치술을 보였다. 여러 의견을 두루 듣고 민심의 풍향을 다 살피기 위한 방편이었다. 바른 소리를 하다 곤경에 처하는 신하가 있으면 잠시 귀양살이로 피신을 보냈다가도 다시 불러들였다. 왕조시대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민주시대의 지도자라면 더 큰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권부(權府)의 집단사고(思考)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높은 담장 안에서 자신들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통령의 심기 관리에만 열중하다 보면 결국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게 된다. ‘대통령이 당의 사퇴 요구 소식을 듣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느니, ‘대통령이 보온병(안상수 대표를 지칭)한테 당했다’느니 하는 말이 여과 없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민심을 잃는 길이다.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직언하는 참모가 많아야 한다. 청와대가 여당의 기강을 잡겠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낡은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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