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의 공격적 투자, 좋은 일자리도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1000억 원의 올해 투자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이 “투자와 고용을 과거보다 더 많이 크게 할 것”이라고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데 이어 일반적 예상을 웃도는 수치를 내놓았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당초 계획 26조5000억 원보다 38% 많은 36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 LG도 사상 최대인 21조 원의 새해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공격 경영을 예고한 현대자동차와 SK도 투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내 설비투자는 작년보다 5∼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1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평균 6.1%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8,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선 낫지만 2010년 증가율 28%(전년 대비 추정치)에 비하면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와 신성장동력 창출 경쟁으로 선도하면 중견 중소 벤처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다.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 개선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

삼성은 올해 사상 최대 인원인 2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작년보다 11%(2500명) 늘어난 것이다. 국내 일자리 창출이 작년의 31만 명(추정치)보다 다소 부진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를 28만 명으로, 민간연구소들은 23만 명 안팎으로 내다봤다.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좋은 일자리 확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산은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1%포인트 늘어나면 고용이 0.42% 증가한다.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를 충당하기 위해서도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투자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지고 새 사업과 제품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신수종(新樹種)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예상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5조4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향후 10년간 국내 주요 기업의 친환경산업 등 신수종 투자가 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경제의 미래가 이 투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미국 기업, 엔화 강세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기업들도 투자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음을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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