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2012 빅뱅’ 앞두고 숨죽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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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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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2010년은 평온한 해가 아니었다.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놓고 남북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치달았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는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로 일중 관계가 악화됐다.

2012년이라는 ‘결정적인 해’를 앞둔 올해 역시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가 2011년보다 ‘2012년의 전년(前年)’으로 인식되는 점에서 2011년은 ‘이상한’ 한 해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주요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에서야 큰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 대선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의 재등장이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교체가 예정돼 있어 지도부 내의 갈등이 증폭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만에서도 총통선거가 있다.

북한에서는 2012년에 최고지도자의 교체가 공식 예고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희를 맞고, 4월에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거행된다. 이런 행사를 통해 3대 세습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약속해왔다. 정치와 군사의 대국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이상 다음에는 경제대국 건설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2년의 전년’이 주목되는 것은 ‘결정적인 해’를 앞두고 각국 지도부에 권력투쟁이나 여야 대립이 격화될 뿐 아니라 선거나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는 여러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대외적으로 민족주의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정치적 상황에 따라 대외정책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국제정치의 국내화’가 예상된다.

한반도에 초점을 맞춰보자. 지난해 11월 연평도를 기습 포격한 북한은 한국군의 12월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았다. 긴장이 정점에 이른 순간 교묘하게 도발의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하고 대화공세로 전환했다. 북한 3대 기관지의 신년 공동사설은 ‘남북 대결 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화와 협력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우라늄 농축시설을 놓고 6자회담에 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대화를 주장하면서 과거에 채택한 두 가지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을 요구할 것 같다. 또 북한은 내년 4월 남한의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회유와 공갈을 번갈아 쓰면서 한국 내의 좌우분열을 극대화하고 대화에 반대하는 세력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처한 ‘2012년의 문제’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냉전시대와 같은 국제정치의 양극화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확실히 천안함 사건 이후 북-중 관계는 긴밀해졌고 이에 대항해 한미일도 제휴를 강화한 것을 보면 이 같은 우려가 이해된다. 그러나 2012년을 앞두고 걱정되는 것은 대국화하는 중국이고 여기서 파생하는 국제정치의 국내화이다.

그럴수록 대외 정책을 결정할 때 상대국 국내정치에 대한 통찰이 중요하다. 예컨대 후진타오 중국 지도부는 자국 내 강경파 또는 민족파의 거센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중 대립의 확대를 피하고, 6자회담에 의한 한반도 정세 안정화를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국제파다. 2012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국제파가 협조하고 민족주의적 요구를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2주 후에 열릴 미-중 수뇌회담이 주목된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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