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질의 보육’ 막는 규제가 저출산 부추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열흘 전 TV를 통해 방영된 ‘공포의 어린이집’은 괴기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어린이집 원장의 어머니가 오줌을 싼 3세 미만의 영아들에게 호된 손찌검을 하거나 발로 가슴을 짓누르고 억지로 약을 먹이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아연했다. 원장과 원장의 어머니는 경찰에 구속됐지만 부모들의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사고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가 폭행 폭언 부실급식을 저지르는 어린이집 교사와 시설을 퇴출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전국 3만7000여 어린이집을 정부가 모두 상시 감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노인들의 병실에 CCTV를 설치한 뒤 간병인들의 거친 언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2009년 말 현재 국내 보육시설의 정원은 148만여 명이고 이용 아동은 117만여 명이지만 시설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좋다고 소문난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신청해야 할 정도로 오래 기다려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은 월 38만3000원(0세)∼17만2000원(4세 이상)의 보육료 상한선 규제 때문에 시설 및 인력투자가 미흡하고 운영이 부실한 곳이 적지 않다.

양질의 보육서비스 공급을 위해 보육료 현실화와 자율화가 시급하다. 보육료 자율화 방안은 2005년에도 논란이 돼 보건복지부가 일부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양극화 심화’라는 이념형 논리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직후 ‘보육료 자율화로 보육서비스를 시장에 맡기겠다’고 공언했으나 지금껏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념형 규제가 부모의 보육료 부담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어린이집을 물색하려다 보니 보육료 규제를 받지 않는 영어유치원에 월 120만 원을 내면서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마음에 드는 보육시설이 없어 힘들다”고 불평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꺼릴 것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4%에 크게 뒤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34세 직장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게 되면 200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9830달러에서 2만2626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공급하면 출산율을 높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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