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상파 정책, 일방적 특혜 아닌 공공성 강화로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방송정책들을 내놓았다가 거둬들이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방통위는 내년부터 다채널방송서비스(MMS)를 도입하고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브리핑을 통해 ‘도입 여부 검토’로 후퇴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MMS의 경우 언급도 없었고, 방송광고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을 지원해주려는 시도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방통위가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MMS 등은 방송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다. MMS가 도입되면 KBS1은 KBS1-1 KBS1-2 등 여러 채널을 동시에 송출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들은 한 채널만 갖고 있어도 채널이 한꺼번에 여러 개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광고 수입도 늘어난다.

중간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방송을 끼워 넣는 것으로 시청자단체의 반발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광고주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중간에 끊기는 불편과 짜증을 감수해야 한다. 광고총량제는 지상파 방송이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방송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보낼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세 제도 모두 지상파 방송들이 요구한 것으로 광고 수입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도 지상파와 계열사의 연간 광고매출액은 전체 방송광고 시장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MMS를 통해 지상파 1개 채널이 4개의 채널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지상파의 독점 현상은 훨씬 심화할 것이다. 더구나 KBS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방송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해 놓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 방송광고가 집중될 때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로 광고를 따내기 위한 경쟁을 벌여 ‘저질방송’ ‘선정방송’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KBS, MBC의 공공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수 지상파의 독점은 나머지 다수 채널의 운영을 어렵게 만들어 방송의 다양성 원칙이 훼손될 것이다. 방통위는 MMS로 늘어나는 채널을 공공 채널로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방송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 선진화할 큰 그림을 그려놓고 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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