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너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중국 정부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11월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1.9%가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가 불만스럽다고 답변했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1000여 명은 그제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북한의 연평도 만행 편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자비한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살상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놓고 중국이 계속 북한 편을 들고 있으니 우리 국민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피해자인 한국의 처지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11월 27일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한국 방문을 출발 15분 전에 우리 외교통상부에 통보하며 서울공항 사용을 요구했다. 다이 일행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용건도 밝히지 않은 채 “오늘 중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외교 관례를 무시한 중국의 요구를 거부해 대통령 면담은 다음 날에 이뤄졌지만 심각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지금은 6자회담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못 박았는데도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들에게 ‘중대 발표’라고 예고한 뒤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제의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중국이 연평도 사태 와중에 현실성 없는 6자회담 카드를 꺼낸 것은 강도당한 집에 와서 강도 편을 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미국 백악관이 6자회담 제의를 ‘PR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겠는가.

2007년 미국은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던 북한 미사일부품을 차단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했으나 중국은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결국 북한이 이란에 사거리 3000km의 미사일 19기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구매에 대한 미국의 우려도 무시했다. 중국이 입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떠들었지만 행동은 딴판임이 드러났다. 중국의 비호 속에서 북한은 유엔 제재를 뚫고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완성했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것은 중국 안보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의 도발과 핵무장은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해치는 행위다. 중국이 지구촌과 이웃 국가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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