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성훈]새 국방장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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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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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해상과 연평도에서 연이어 공격당한 대한민국은 휴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대결과 전쟁의 공포분위기 속에서 3대 세습을 추진하는 북한 정권이 앞으로 추가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새로 취임하는 국방장관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새 국방장관의 우선적 책무는 국가안보에 대한 우리 군의 의식과 자세를 개혁하는 일이다.

안보해이 軍의식개혁 나서야

첫째, 우리 군은 변하지 않은 북한을 제대로 봐야 한다. 북한 정권의 처절할 정도로 집요한 대남 적화전략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김일성의 후손 역시 무력밖에 믿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정일의 통치이념이 선군이고, 김정은의 첫 번째 직함이 대장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내걸고 각종 지원과 이득을 챙기면서 뒤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남한에 대한 조준타격을 준비했다.

우리가 북한의 대남 화해전술에 속아서 정신을 놓고 있을 때,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는 북한의 협박은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정도로 커졌다. 우리 영토와 국민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북한군과 그 지휘부는 분명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둘째, 너무 많이 변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지난 시기 우리 군과 사회는 전쟁은 없다는 안보 환상에 물들어서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다. 군의 최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육사 생도의 34%가 미국을 주적이라고 답하고(북한이라는 응답은 33%·2004년 육사입교생 여론조사), 중고교생의 28.4%가 역시 미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지목하는(북한이라는 응답은 24.5%·2008년 행정안전부 여론조사) 지경에 이르렀다. 신세대 장병이란 신조어가 등장해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는 군대가 되려고 했지, 그들에게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전쟁의 처절함을 교육하는 데 소홀했다. 각급 학교에서 안보교육이 사라진 우리 현실에서 군만을 탓할 수는 없지만 총체적 안보부실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군이 제대로 끼워야 한다.

경제력이 약한 북한이 감히 남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버려야 한다. 국력이 약한 나라가 강대국을 패퇴시킨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상대를 이기려면 우리도 죽기를 각오하고 맞서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각오로 이 나라를 지켜왔고 지금의 번영을 이뤄냈다.

셋째, 새 국방장관은 믿음직한 군인상을 정립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백령도 해상과 연평도에서 우리 군의 대처과정을 보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국방장관이 바람막이가 돼 외풍을 막으면서 우리 군이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나도록 독려해야 한다.

군인정신 부활이 신뢰회복 출발점

자유와 평화는 지키려는 의지를 갖고 철저히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경제는 무너져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나라를 잃게 된다. 선진국이 의미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자국민에 대한 테러나 납치에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도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야무지고 섣불리 넘볼 수 없는 군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우리 군이 직면한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진정한 군인정신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새 국방장관이 쓰러진 군인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이것이 안보에 대한 국민적 자각과 결의로 승화되기를 기원한다. 국가안보와 군인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역사에 남는 국방장관이 되길 바란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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