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브라마 첼라니]아프간 철군, 또다른 전쟁 부른다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치안유지권을 이양하기로 합의한 일은 지역 안보와 글로벌 대테러전과 관련해 골치 아픈 문제를 던진다. 미국과 동맹국이 전투 활동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30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치안 병력이 빈 자리를 메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 병력이 국가를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가장 가능성이 큰 전후(戰後) 시나리오는 아프간 내 파슈툰-비(非)파슈툰 간 분할이다.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여지도 있다. 역할을 채 마치지 않고 나토군이 철군하면 인도가 아프간-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더 큰 테러에 직면할 것이다. 또 지역 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한층 더 대담하게 초국경적 공격을 감행하게 만들 것이다.

2014년 철군 계획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미 아프간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난해 미국은 테러리즘을 무찌르기보다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철군 계획은 이런 전략적 이동을 확인해줬다.

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노력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 및 다른 군벌과의 협상을 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인정했듯 탈레반이 화해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 탈레반과 그들을 지원하는 파키스탄 군부는 단순히 미국을 두고 보는 중이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선임자의 글로벌 대테러 전쟁을 끝냈다. 고투 혹은 전략적 도전이라고 새로 명명한다고 해서 아프간의 현실을 바꿀 순 없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추가적인 테러 공격을 운 좋게도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아프간-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댄 인도는 테러에 더욱 취약해졌다. 인도는 2001년 12월 의회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2008년 뭄바이 테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공격으로 고통받았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역사적 뿌리 없이 인위적으로 형성된 국가다. 오늘날 이들은 초국경 테러리즘과 헤로인 무역의 글로벌 진원지로 부상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최대 원조 수혜국이지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2010년 실패국가지수(The Failed States Index)에서 10위를 기록해 기니와 아이티 사이에 들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이의 정치적 국경은 실질적으로 사라진 상태다. 아프간은 2640km에 이르는 ‘듀랜드 라인’을 무시하고 거부했다. 듀랜드 라인은 1893년 당시 이 지역을 식민지배한 영국이 파슈툰 영토를 양분해 아프간과 영국령 인도 사이의 국경으로 삼은 것이다.

오늘날 듀랜드 라인은 지도상에만 존재한다. 실제로는 정치적 민족적 경제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 파슈툰족은 사실상의 ‘파슈튜니스탄’ 건설을 오랫동안 추구하면서 세력을 키웠지만 정치적 권한은 확보하지 못했다. 파키스탄의 영토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정치적 국경을 소멸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미국이 테러리즘을 지역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축소하면 아프간-파키스탄 문제를 글로벌 안보의 위협으로 계속 남겨두는 셈이 된다. 나토의 철군 계획은 민족군의 재배치로 이어져 더 큰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프간은 베트남이 아니다. 미국과 나토군의 철군은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군은 서방국이 어디에 있든 서방의 이익을 공격목표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을 지역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희망은 자기기만이며, 위험하다.

ⓒProject Syndicate

브라마 첼라니 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