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병호]분노 가득 찬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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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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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잔뜩 난 사람이 늘어나는 한국 사회.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뚜렷한 특징 중 한 가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탓인지 서점가에는 우리 사회와 체제를 비판하는 책이 인기를 끈다. 반대로 그런 책이 우리 사회와 체제 비판에 힘을 더하기도 한다.

과연 한국 사회가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만한 점으로 가득 찬 곳일까? 나는 이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 힘들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언제 어디서나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고 우리 사회 역시 고쳐 가야 할 점이 많다. 그래도 역사적으로나 이 시대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평균적으로 한국은 잘살게 됐다. 이런 말을 들으면 절레절레 고개부터 내젓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1인당 소득을 2만 달러 정도로 낮게 보더라도 이 정도면 약 60억 인구 가운데서 상위 11.6%에 속한다. 물론 소득 비교가 전부는 아니지만 물질적인 수준에서 보면 한국인은 괜찮은 편에 속한다.

원래 인간은 과거를 미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때 참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상 그때가 그렇게 좋았는가는 사실과 다를 경우가 많다. 현재보다 과거를 늘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은 보통 사람의 인지구조가 가진 특성이다. 여러분이 걸어온 지난 10년, 20년을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와 사회에 감사할 일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사회가 더 나은 곳을 향하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화와 분노가 가득 찬 눈과 생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면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사회의 지향점도 엉뚱한 곳을 향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점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지향점 설정에서 흔들리는 감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론을 주도해 나가는 사람 중 일부는 삶의 힘겨움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라는 명분으로 감성적인 호소에 주력한다. 경쟁을 비난하고 보호주의 무역을 찬동하고 민영화를 반대하고 정부개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어느 시대나 사람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때면 이성이나 논리보다도 감성에 호소하는 지식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주 신선한 것인 양 포장해서 전달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들은 수백 년 동안의 지적 축적이 틀리고 자신의 것이야말로 아주 새롭고 진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교묘한 주의나 주장을 알아차리기엔 힘들기 때문에 사람은 쉽게 넘어가고 만다.

이런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 점점 변질되어 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침내 여당까지 70% 복지론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이런 사실을 비판하기 이전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주장 역시 보통 사람의 바람이나 여론을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지만 각자가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확연히 줄어든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냉혹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쉽다.

어디를 가든지 간에 스스로 앞가림해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나랏돈으로 이것저것을 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지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땅에서 시대정신이 변질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조(自助)와 근면(勤勉)을 근간으로 하는 올바른 시대정신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를 걱정하게 된다. 결국 사람이든 나라든 간에 생각의 범위만큼밖에 살 수 없다는 냉혹한 진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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