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프라나브 바르단]中제조업과 인도 IT산업에 대한 오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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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인도를 방문한다. 세계 경제의 두 강자가 만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려 있지만 두 나라 경제 모두 허약한 하부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는 수세기에 걸친 침체 끝에 지난 30여 년간 엄청나게 빠른 소득 증가를 경험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중국과 인도의 행보는 국경 밖에서도 이어져 글로벌 기업 인수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두 대국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은 널리 알려진 인상과 달리 부가가치 면에서 세계의 제조업 중심이 못된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15%를 생산하지만 미국의 기여치는 24%이고 유럽연합의 기여치는 20%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인도의 정보기술(IT)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분야에 고용된 사람은 인도 노동력의 0.5%에도 못 미친다. 이 자체로는 인도의 경제를 바꿀 수 없다.

중국의 성장은 수출 주도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국내 투자가 주요 요소였다. 글로벌 무역의 확대가 2002∼2007년 절정에 이른 가운데 수출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분 중에서 25%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투자는 더 큰 기여를 했다.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빈곤이 극적으로 줄어든 일은 세계 경제에 편입됐기 때문이 아니다. 그간 빈곤이 집중돼 온 농업 부문의 성장과 같은 국내 요인 때문이었다. 또 지방 기반시설에 공공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농업 생산 조직과 토지 경작권의 균등한 분배 등 제도적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집약적 제조업 수출의 확대는 많은 중국인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했다. 하지만 인도는 아니다. 인도에서 수출은 아직도 기술 및 자본 집약적이다. 경제 개혁으로 인도의 기업 부문은 활력과 경쟁력을 갖게 됐으나 인도 경제의 대부분은 공사를 통틀어 기업 부문에 속해 있지 않다. 노동력의 92%가 비공식 부문에 고용돼 있다. 인도의 빈곤 감소 실적은 의미가 컸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영아 사망률이나 영양실조, 학교 중퇴 등 비소득 빈곤지표 면에서 인도의 현실은 암울했다. 어떤 면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도 더 열악하다.

경제 관련 미디어에서 중국과 인도는 시장 개혁과 세계화의 전형으로 비쳤다. 하지만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탈규제, 관료주의 면에서 두 나라는 경제의 정통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 순위에서 2008년 중국은 157개국 가운데 126위, 인도는 115위였다.

중국과 인도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진취성과 기업가정신을 억제했지만 이 시기의 긍정적 유산을 부정할 수는 없다. 중국의 사회주의가 성장의 강력한 도약대가 됐다는 점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특히 교육과 보건, 지방 전력공급, 토지 경작권의 공평한 분배 및 경제 탈중심화에 따른 안전망, 여성 노동참가율 면에서 그렇다. 더욱이 두 국가에서의 사회주의 전통의 상당 부분은 기술 발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이어졌다.

인도에서 민간 기업 분야가 가장 역동적인 데 비해 중국에서는 공기업이 국제적으로 더 성공을 거뒀다. 화웨이, 레노보 같은 유명 기업 역시 소유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공공과 민간 사이 권한의 경계가 흐릿하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의 볼보 인수는 큰 화제를 모았지만 자본의 상당 부분은 지방정부에서 나왔다.

중국의 공기업은 유력한 정치인 가문이 운영한다. 사실 중국 부자의 상당수가 공산당 고위 간부의 친척이라는 일부 증거도 있다. 또 중국 가계와 공기업의 저축에 힘입어 중국은 이러한 정실 자본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상당 기간 감내할 수 있다.

정치 개혁 없이 이런 시스템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스럽다. 원 총리는 8월 연설에서 스스로 그 점을 시사했지만 중국 언론에서는 상당 부분 통제됐다. 글로벌미디어가 시장 개혁의 승리라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중국과 인도의 부상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한다.
ⓒProject Syndicate

프라나브 바르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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