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김문수의 박정희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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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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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969년 경북고 3학년 때 3선 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74년에는 ‘불온 세력의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대학생 등 180명이 구속 기소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제적됐다. 1980년대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1990년대 민중당 노동위원장을 지낸 그가 좌파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청산한 것은 1994년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했던 김 지사가 어제 박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대한민국건국회 초청 특강에서 “대학에 다닐 때 교수들이 (한국에서) 자동차산업은 기술, 자본, 시장이 없어 안 된다고 했다. 박정희는 ‘하면 된다’고 했고, 학자들은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국민이 대통령들을 험담하고 욕보이고 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한 나라인데 국민은 대한민국을 우습게 생각하고 경멸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를 지난달 8일과 11일 다른 특강에서 좀 더 분명하게 밝혔다. “나는 혁명을 꿈꾸다 감옥에 갔다. 군사독재, 재벌, 미 제국주의 타도를 외쳤다. 그런데 감옥을 나온 뒤에 소련에 갔다 온 친구들로부터 ‘(소련에서는) 청바지 한 장이면 예쁜 아가씨들이 하룻밤을 팔 정도로 비참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혁명적 리더십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거짓이었다.”

▷김 지사는 올해 9월에는 미국 방문길에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사상을 바꾸는 건 연옥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국민과 나라를 위해 살았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는 말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차기 대권을 놓고 잠재적 경쟁주자로 거론되는 김 지사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적 업적에 대한 평가에서는 박 전 대표와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김 지사가 역사 속으로 내민 긍정의 손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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