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개혁, 광고 없는 ‘청정방송’이 시청자 요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KBS 이사회가 전체 수입 가운데 TV 광고수입의 비중을 40%로 유지하면서 수신료를 현재의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그동안 KBS는 수신료를 올려주면 광고를 없애 공영성 높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번 인상안은 광고는 그대로 두고 시청자들에게서 수신료만 더 받겠다는 발상이다.

KBS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2TV의 광고수익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수신료를 46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으나 야당 추천 이사들은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수신료만 3500원으로 올리자는 안으로 맞섰다. 수적으로 많은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야당 추천 이사들의 인상안을 받아들이고 물러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KBS가 수신료도 받고 광고수입도 챙기려는 이기주의에 빠져 민주당 안을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광고 없이 연 25만 원의 수신료를 받는 영국 BBC는 보도 40%, 교양 40%를 편성해 균형 있는 정보와 고급문화를 방송하고 있다. KBS는 보도 20%, 교양 50%에 오락프로를 30%나 내보내는 시청률 위주의 편성을 하면서도 타 방송사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지도 못한다. 인건비 지출(37%)이 콘텐츠 제작비 비중(36%)보다 많은 방만한 구조라서 공영성 높은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

KBS 측은 2012년 말까지 끝내야 하는 디지털방송 전환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광고 비중을 언제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로드맵이라도 내놓았어야 한다. KBS는 이번에 수신료를 올리고 다음 기회에 또 올리겠다지만 비현실적이다. 1998년 당시 홍두표 KBS 사장이 “수신료를 100% 올리는 대신 2TV 광고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2TV 광고 유지 결정은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미디어산업의 구조와 기능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KBS가 광고를 더 많이 따기 위해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이나 벌여서는 저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KBS가 한국의 방송문화를 대표하는 ‘방송의 청정(淸淨)지대’가 되려면 광고방송을 전면 폐지해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고품격 방송을 내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이사회의 시청료 3500원 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지 말고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검토를 거쳐 광고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