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환자를 중국에 뺏기는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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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최대 의료단지에 서울대 의사들을 영입한다. 서울대와 중국의 건설전문 민영기업 옌다그룹은 의료건강타운인 ‘옌다 의료건강성(Health City)’의 교육·연구·진료 분야에서 협력키로 합의했다. 베이징에서 약 30km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싼허(三河)시 연교개발구에 조성된 옌다 의료건강타운은 약 50만m²(약 15만평)의 부지에 3000병상 규모의 병원과 국제의학연구소, 1만2000명을 수용하는 실버타운과 간호원교육센터 국제컨벤션센터를 갖추고 있다. 중국인뿐 아니라 해외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베이징 인근에 초대형 의료건강타운이 생기는 것은 중국 정부가 이미 2000년에 의료산업을 민간 주도로 바꾼 덕분이다. 중국은 민간자본이 의료서비스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영리병원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자본의 병원 지분 소유도 허용했다. 이는 의료분야의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일찌감치 읽고, 명색이 시장자본주의 국가인 한국보다 더 진취적으로 영리병원 허용과 대외 개방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중국이 서울대 의사들을 초청한 것은 한국의 의료 경쟁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매년 의과 대학이 전국의 최우수 입시생들을 싹쓸이할 정도로 의과 대학생들의 수준이 높은 한국 아닌가. 하지만 의사들은 ‘의대생들은 1류인데 병원은 3류’라고 자조적으로 지적한다. 의료의 공공성(公共性)만 주장하는 근본주의에 밀려 중국과는 달리 민간자본의 의료업 투자가 불가능한 탓이 크다. 의료를 ‘이념화’한 세력은 국내의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관광 활성화가 의료 수준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결국 ‘보통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외면한다.

▷세계적으로 의료서비스업이 국부(國富)와 고용 창출 수단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은 이미 옛날이다. 싱가포르가 1990년대부터 해외 의료관광객을 유치해 재미를 보자 다른 나라들도 의료관광사업에 나섰다. 일본은 병원과 여행사가 함께 외국인 환자유치에 나섰고, 말레이시아는 의료관광 병원에 세제혜택을 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제도 도입을 추진했으나 여당 안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나와 주춤한 상태다. 이대로 시간만 허비하면 우리 국민이 병을 고치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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