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북한문제’ 해결 최선의 길은 통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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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통일이다…현재 북한이 처한 문제들을 살펴보면 통일 가능성은 지난 60년 동안의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지난달 ‘독일통일 20년과 한국의 통일대비’라는 주제로 열린 통일연구원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주펑(朱鋒) 중국 베이징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의 붕괴요인으로 계획경제 실패와 경제난,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과 제재, 늘어가는 부패, 주민의 불만, 그리고 3대 세습의 후계자 문제 등을 지적했다. 주 교수의 견해는 중국에서 소수의견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리의 통일정책(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국가를 이루는 점진적 단계적 통일을 추구한다.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으로 변화해 국제사회의 정상국가가 된다면 점진적 단계적 통일은 바람직한 최상의 방법이다. 그러나 통일이 반드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되리라는 법은 없다. 주 교수도 지적했듯이 김정일 정권이 스스로 태도를 바꾸고 핵을 포기해 국제사회와 우호적 관계를 얻으려는 정책을 선택하리라는 전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북한 핵문제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이에 따른 통일을 동시에 끌어내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통일에 대한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외교로 美-中동의 끌어내야

갑작스러운 통일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때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방침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가 함께 동의할 수 있는 통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한반도의 통일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함께 우리의 통일외교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미국은 통일한국이 일본과의 민족적 감정 때문에 친중(親中) 국가가 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많은 미국 전략가는 통일된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략적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존립 자체가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하여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주도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자국에 비(非)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이 정권이 미국을 도와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한국의 주도하에 탄생하는 통일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이익과 합치될 수 있다. 통일한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동시에 한반도 내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단일국가의 성립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과 미국적 가치의 확산이라는 세계전략과 합치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주둔문제는 38도선 이남으로만 주둔을 제한하는 한미중의 전략적 합의와 같은 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양국의 군사동맹이 아닌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한 필수적 안전장치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통일한국은 한미동맹을 미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안보공동체’로 확대·발전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통일한국은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부합할 수 있다.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는 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며 이는 오히려 중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통일 한반도가 가져올 장기적 평화와 안정은 중국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우리에게 중국시장의 비중이 미국과 일본 시장을 합친 것보다 커진 상황에서 통일한국이 중국에 대결적 정책을 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성)과 러시아 극동지방의 발전을 촉발하고 광대한 경제교류와 협력의 공간을 확보하여 지역 국가 모두에 더 많은 번영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 동북아의 안전장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한미중 간 전략적 이해의 공통된 부분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한국의 수립은 핵, 미사일, 인권 같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갈 최상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관계 국가들이 이와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도록 하는 노련한 통일외교가 절실히 요구된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 youngn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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