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비즈니스 서밋, 실리적 해법찾는 창구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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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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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처음 시도된 비즈니스 서밋이 11일 막을 내렸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120명이나 모인 빅 이벤트였다. 500석 규모의 미디어센터가 늘 북적일 정도로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한국의 제안으로 성사된 비즈니스 서밋은 흥행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10명도 모으기 힘들다는 유명 CEO가 120명이나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2개 의제에 대해서는 일회성 토론이 아니라 7월 이후 넉 달간이나 사전 토론이 진행됐다. 통역, 의전도 매끄럽게 이뤄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취재 내내 ‘뭐가 문제지’라고 머릿속을 맴돌던 찝찝함의 정체는 마지막 기자회견장에서 확인됐다. 공동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페터 브라베크레트마테 네슬레 회장의 말보다 기자의 뒤쪽에 앉은 외국 기자 2명의 대화에 귀가 쫑긋해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왔다는 두 기자는 “뉴욕에 있을 때보다 CEO들을 더 많이 본다”며 신이 난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사람은 많은데 비즈니스 서밋의 성과는 잘 모르겠다” “원론(basic)만 있고 대안(practical solution)이 없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즈니스 서밋이 제안한 항목들은 ‘출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를 철회해야 한다, 녹색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론적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G20 정상회의에 기업인의 목소리가 추가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비즈니스맨’답게 경제효과나 투자약속이 수치로 가시화되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다소 미진했다.

다음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와 멕시코도 비즈니스 서밋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 서밋 참석자들이 공동 선언문에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도 서울 비즈니스 서밋의 기본 틀이 강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명시했을 정도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토킹 숍(talking shop·말만 무성한 곳)’이라는 영어표현이 있다.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국제기구나 회의를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다음 비즈니스 서밋은 이 같은 우려를 씻고 의제나 대안 모두 실리적으로 업그레이드돼서 ‘실리적인 해법의 창구’라는 평가를 받는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희균 산업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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