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우선]제주發‘스마트그리드 혁명’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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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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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살고 있는 신전기 씨. 신 씨는 이달 집 전기요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돈을 더 벌었다. 집에서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았기 때문이다.

신 씨 집 마당에는 모형비행기만 한 크기의 가정용 풍력발전기가 돈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기도 있다. 이 두 설비는 신 씨네 가족이 쓰고도 남을 만큼의 전기를 생산한다. 몇 달 전 구좌읍 일대에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이 완료되면서 신 씨는 남는 전기를 한전에 역으로 팔 수 있게 됐다.

신 씨네 전력현황은 구좌읍 내 스마트그리드 통합운영센터(TOC)가 실시간으로 집계한다. TOC는 스마트그리드로 연결된 구좌읍 3100가구의 전력동향을 모두 집계한다. 이를 통해 전기소비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를 파악한 뒤 시간대별로 다른 전기요금을 매기고, 그 정보를 매일 각 가정의 스마트그리드 모니터로 보낸다.

신 씨는 모니터에서 오후 2시 전기요금이 제일 싼 것을 확인하고는 그 시간대에 러닝머신을 뛰기로 마음먹는다. 오후 2시에는 세탁기도 자동으로 작동된다. 시간대별 전력요금을 스스로 인식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이기 때문이다.

3년 뒤를 가정하고 그린 이 이야기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허황된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2일 방문한 구좌읍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현장에서는 이런 생활이 ‘현실’로 다가와 있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5만5000원에 달하던 전기료를 1100원으로 줄인 주민도 있었고, 깜박 잊고 켜 둔 TV를 밭에서 일하다 아이폰으로 껐다는 주민도 있었다.

정부는 현재 민관합동으로 2359억 원을 투자해 2013년 5월 완료를 목표로 구좌읍 일대를 스마트그리드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구좌읍 내 3100가구의 전력 시스템이 최적의 효율을 달성하는 ‘똑똑한 전력망’이 되도록 엮는 사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스마트그리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어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분야다.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8일부터 1주일간 제주에서 ‘제1회 한국스마트그리드위크’ 행사를 열 계획이다. 각국의 스마트그리드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스마트그리드 기술력을 제대로 선보이길 기대한다. ―제주에서

임우선 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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