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승희]노년의 문화생활 지역문화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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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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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노인인구가 100만 명에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노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인생의 자투리나 생을 정리하는 시간쯤으로 이해되던 노년의 삶이 또 다른 제2의 생애로 재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차원에서 노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과거의 수동적인 문화체험과는 달리 노인이 더욱 열정적인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요즘 실버세대의 적극적인 성향을 잘 반영한다. 또 이런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노인의 예술적 에너지로 재창출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2005년부터 시행하는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은 지역 노인의 삶의 이력과 지역문화를 결합한 일종의 문화 재창조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창조적 가능성을 노인층의 문화적 삶으로 내면화 혹은 일상화함으로써 노인이 지역문화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 셈이다.

얼마 전 전남 영광군에서는 지역 노인들이 단체 창무극 ‘아가! 청아∼’를 무대에 올렸다. 영광이 고향인 공옥진 여사가 투병 중에도 틈틈이 지역 노인에게 창무극을 전수한 결과이다. 창무극을 잇는 수제자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지역 노인들은 창무극을 전수하기 위해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수제자가 없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예술의 한 장르가 노인들에 의해 맥을 잇게 됐다. 참여한 노인 역시 생애 처음으로 무대라는 곳에 올라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생애를 시작했다.

이처럼 지방문화원의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은 지방의 전통문화를 발굴하는 주체로 실버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이를 매개로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노년 세대의 문화적 역량 확장과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문화적 리더십을 지역 어르신에게서 찾고 있다.

평창아라리 조치원구전동요 목포남도소리 신안섬드리민요 동해어부소리 군위상여소리 문경새재아리랑…. 지금 전국 곳곳의 지방문화원에서는 노인이 재발견하는 지역문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많은 노인이 문화생활을 계기로 노후를 ‘END’가 아닌 ‘AND’의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노인이 가까운 지방문화원을 찾아 문화로 다시 꽃피우며 제2 인생의 가치를 느끼고 생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노인의 전 생애를 문화예술 속에서 재구성하는 문화예술의 생애적 가치를 체험하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 지역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와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박승희 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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