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재승]우주여행, 그 서막을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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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뉴스 하나가 전파를 탔다. 세계 최초의 상업우주여객선이 이착륙할 우주공항의 활주로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우주여객선 운항을 준비 중인 영국의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22일 미국 뉴멕시코 주 라스크루세스 인근 사막에 건설 중인 우주공항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의 주활주로를 공개했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으로 우주왕복선의 왕복비용을 크게 낮춰 우주여객선 시대를 준비하는 주인공은 버진갤럭틱 회장 리처드 브랜슨. 그의 회사가 준비하는 ‘버진 우주여행’은 6명이 탑승해 2시간 반가량 지구 밖 대기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우주여행 프로그램이다. 그는 길이가 무려 3.2km(너비 60m)나 되는 이 활주로에서 우주왕복선이 자유롭게 뜨고 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탱크를 타고 뉴욕을 침공하는 상업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등 평소 괴짜 최고경영자(CEO)로 알려진 브랜슨은 활주로 완공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우주 시대의 2기가 비로소 개막됐다”며 “2012년 초에는 이곳에서 매일 우주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우주여객선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자리에는 1969년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도 함께했다.

코웃음 치던 우주여행, 현실로

영국의 작은 음반회사로 출발한 버진그룹은 지난 30년 동안 음악 외에도 여행 잡화 철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했는데 2001년부터 우주산업에 뛰어들겠다고 호언하며 우주여객선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들이 우주여행을 상업화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우주여행은 우리에겐 영화 속 공상에 불과했다. 주변 사람도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버진그룹은 록히드마틴, 보잉 등과 함께 재사용 가능한 로켓 개발을 준비하면서 우주여행 시대를 열 채비를 갖췄다. 그 결과 올 3월 우주여객선 ‘스페이스십 2’가 첫 궤도비행에 성공했음이 널리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선 우주여객선을 성층권까지 운반할 모선 ‘화이트나이트 2’도 완성돼 공개됐는데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스페이스십 2는 화이트나이트 2에 매달린 상태로 고도 15km까지 올라가 모선과 분리된 뒤 자체 로켓엔진을 가동해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도록 설계됐다.

스페이스십 2는 현재 6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승객은 5G(지구 중력의 5배)의 힘을 견뎌 지구 밖으로 나가게 되고 일정 궤도에 오른 후에는 무중량 상태에서 창밖으로 지구를 내려다보거나 안전벨트를 풀고 자유 유영을 즐길 수 있다. 이 2시간 반짜리 우주여행의 가격은 20만 달러(약 2억2600만 원). 이미 380명이 예약을 했다고 한다.

2003년에 수행된 리서치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주여행 경비가 3억 원 정도로 낮아진다면 우주여행을 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무려 37%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지구 밖 우주를 경험한다는 일. 지구인으로 태어나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꿈의 여행이 아닌가!

일본의 과학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의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 우주를 체험한 우주비행사를 인터뷰한 후 이렇게 적고 있다. “지구 밖으로 벗어나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 그것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는 놀라운 경험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후 환경운동가가 되거나 종교로 귀의한 사람이 생길 정도로 우주 체험은 놀라운 경험이다.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만인의 꿈을 상업화한 버진그룹의 전략은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선 이미 15년 전 데니스 호프라는 사람이 달 영사관임을 자처하며 달의 땅을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고 있고, 러시아 또한 민간인의 우주왕복선 탑승을 허용해 부족한 우주산업 예산을 만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우주산업이란 얼마나 먼 얘기인가. 정부가 수백억 원을 들여 첫 민간인 우주인을 배출한 지 벌써 3년. 그러나 지금까지 우주산업화 시대를 위한 준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 있는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브랜슨은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자신의 꿈이기도 했다며 자신이 이런 사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며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거대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일, 그것은 과학이 우리에게 해줄 가장 큰 선물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우주산업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30분의 1. 아직 갈 길이 먼데 말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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