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금리인상, 환율전쟁, 핫머니에 정교한 대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중국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고 위안화 절상 압박을 줄이기 위해 그제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경제가 출렁였다. ‘슈퍼 차이나’가 금리를 2년 10개월 만에 0.25%포인트만 변경해도 세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한국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는 데 그쳤지만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양상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 전반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은 단기 투기자본인 핫머니가 거쳐 가는 단골 장터다. 투자수익과 함께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선진 7개국(G7) 두바이 합의’ 직전부터 이듬해 초까지 1년 사이에 국내에 순유입된 핫머니는 270억 달러에 이르렀다. 직전 1년간 순유입액의 100배가 넘는 액수다. 환율전쟁의 전운(戰雲)이 짙어진 9월 한 달간 해외자금의 국내 주식 및 채권 순매입액이 60억 달러를 넘었다. 핫머니는 국내외 금리 차와 환율에 따라 급격하게 움직여 시장을 교란시키고 국내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이 돈이 해외 요인에 따라 급속히 이탈할 경우 시장 혼란과 투자자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한국은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많아 원화 절상 압력을 받는다는 점은 중국과 같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비공개 접촉에서 위안화 절상(달러화 약세) 방안에 주도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위치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둔화도 우리가 중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1위 품목이 1210개로 선두지만 우리는 52개에 불과하다.

환율전쟁의 후유증은 달러를 마구 찍어대는 미국과 달러를 가장 많이 쌓아둔 중국보다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에 대비하는 한국 금융당국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환위기 때마다 ‘시장 붕괴’ 소리가 나오고 국부(國富)의 손실을 입은 뒤에야 임시처방을 한 쓰라린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핫머니 유출입에 대한 직접 규제 없이는 외자관리가 어렵다. 영국 미국처럼 투기성 짙은 헤지펀드의 관리자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외환건전성 감독규정을 국내은행뿐 아니라 외국은행 국내지점에도 적용해 환차익을 노린 단기 외화차입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처럼 단기외채에 세금을 매기고 외국인의 채권투자 이익에 대한 비과세를 과세로 다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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