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왕자 씨 사건 해결 없이는 금강산관광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다루기 위해 시작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하자는 돌출 제안을 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핑계 삼아 북한의 달러 수입원이었던 관광사업을 재개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주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상봉을 돈벌이와 연계하려는 것은 비인도적 행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올해 들어 한 달에 259명꼴로 사망하고 있다. 12만8000여 명의 상봉 신청자 가운데 8월 말 현재 생존해있는 8만3000여 명의 77%가 70대 이상 고령이다. 이들에겐 혈육과의 상봉이 하루가 급하다. 이산가족들은 올 추석에도 북에 남겨둔 가족을 그리며 안타까운 명절을 보내야 했다.

정부가 북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오늘 개성에서 열리는 실무접촉에 기존 대표단을 그대로 보내기로 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한 인도적 사안이므로 북한이 다른 목적을 위한 빌미로 삼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금강산에는 우리가 550억 원을 들여 건설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있다. 지난해 추석 상봉 때도 그곳에서 남북 가족이 만났다. 이번에도 당연히 면회소를 사용해야 하지만 북한은 지난주 접촉 때 ‘금강산지구 내’를 고집했다. 자신들이 지난해 일방적, 불법적으로 단행한 면회소 몰수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다른 장소에서 상봉 행사를 하려는 잔꾀다.

정부는 상봉 장소를 면회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합의해주면 안 된다. 북한이 끝까지 면회소를 거부하면 제3의 장소를 제시할 필요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왜 금강산에서만 이뤄져야 하는가. 이산가족 상봉은 서울이나 평양에서 이뤄져야 훨씬 의미가 크다.

주요기사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북한 초병의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로 중단됐다. 우리 정부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신변안전보장 제도 마련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거론하면 박 씨 피격사건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통보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과 관광객 사살에 대한 반성 없이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