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日갈등을 주목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만주사변 79주년인 18일 베이징의 주중 일본대사관 앞에 중국인 수백 명이 모여 ‘9·18을 기억하라’ ‘일본은 댜오위에서 물러가라’는 피켓을 흔들며 반일(反日)시위를 벌였다. 중국명 댜오위(釣魚) 섬, 일본에선 센카쿠(尖閣) 열도라고 부르는 영유권 분쟁 섬 부근에서 일본 정부가 7일 중국 어선을 나포하며 불거진 중-일 마찰이 악화하는 조짐이다. 일본 재무상이 9일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을 비난한 이틀 후 중국은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교섭을 돌연 중단했다. 그제 일본이 중국 선장의 구속기간 연장을 발표하자 중국은 곧바로 장관급 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중-일 갈등을 지켜보는 우리도 편치 않다.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서해에서 실시하려던 한미연합 방어훈련에 대해 중국은 “중국의 안전과 이익에 영향을 준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남중국해 지배권을 놓고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분쟁을 빚고 있다.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남중국해에 미국의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말한 것도 미국의 우방을 고려해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이었다.

중국이 부강해졌다고 주변국과 평화를 지향하는 화평굴기(和平굴起) 대신 패권주의적 대국굴기(大國굴起)로 나가는 것은 자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중국이 외국과의 갈등 때만 시위를 허용해 자국민의 애국주의를 과시하는 것도 이중적이다.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아직도 1인당 국민소득은 3867달러에 불과하다. 21세기가 중국이 앞장선 ‘아시아 시대’라 해도 13억 인구를 먹여 살릴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갈 길이 멀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친미 외교로의 전환을 시사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이 전체 수출의 19%로 대미 수출을 제쳤을 만큼 두 나라의 교류가 긴밀해졌다. 중국이 동양문명의 대국으로 세계에서 존경받으려면 아시아를 평화와 협력의 신시대로 이끌 책임이 있다. 분쟁 수역에서의 우발적 사건이 아시아 두 강대국의 지역패권 다툼으로 번져선 안 될 일이다. 중-일 양국은 자제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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