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상두]통일후 北주민에게 재산권을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03:00수정 201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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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는 통일조약 조인식을 몇 주 앞두고 “통일세 없이 독일 통일을 완성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가 염두에 두었던 재원은 동독의 국유재산이었다. 하지만 사유화를 통해 통일비용을 조달한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통일 직후 출범한 사유화 신탁청은 8500개의 국유기업, 240만 ha의 농경지, 비밀경찰과 동독군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관리를 맡았는데 5000억 마르크의 수익을 기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2400억 마르크의 적자를 초래하고 4년간의 사유화 업무를 마쳤다.

독일 사유화 정책의 실패요인은 무엇인가. 첫째, 불법적으로 소유권을 박탈당한 원소유주에게 토지 반환을 결정함으로써 불확실한 소유관계를 초래했다. 서독정부는 나치정권과 공산정권에 의해 빼앗긴 소유권을 모두 복원시켜줌으로써 자유 민주주의의 승리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 결과 250만 건에 이르는 소유권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됐고 이는 신속한 사유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둘째, 사유화가 지연된 기업의 누적된 적자로 지주회사 격인 신탁청의 비용지출이 급증했다. 동독기업은 설비의 노후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으로 경쟁력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동독주민이 서독제품을 선호하고 또한 동유럽 판로마저 막히면서 도산위기에 직면했다. 따라서 신탁청은 적자기업을 빨리 매각하기 위해 기업의 설비 개선에 투자를 하거나 보조금을 주면서 매각했다.

셋째, 짧은 기간에 1만여 개의 국유기업을 사유화하기에는 조직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런 혼란을 틈타 부실한 사유화가 많이 발생했다. 알짜 중소기업이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경영인이나 당 간부의 손에 들어갔다. 회계조작, 헐값 매각, 담합입찰, 허위 투자약속 등 약 1500건의 사유화가 형사상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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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세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달라”고 주문하였다. 통일세 논의는 세금을 통한 통일비용 조달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 동안 3000조 원의 통일비용을 지불하여 동독지역의 생활수준을 과거 대비 2배 이상으로, 서독지역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서독인의 세금으로 이룩한 동독 재건은 지역갈등을 초래했다. 서독인은 동독인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불평하고 동독인은 자신들의 고통과 기여는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은 남한사회에 통일기피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북한주민들로서는 사유화 수익으로 북한경제를 건설하는 자활적인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을 때 그들이 2등 국민으로 전락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사유화는 통일 후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대량 이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주택의 사유화 정책을 실행하면서 북한주민이 자신에게 배급된 집에 일정 기간 계속 거주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남한행을 막을 수 있다. 독일은 동독에 머무르는 주민에게 보유화폐를 서독 마르크로 바꾸어줌으로써 서독사회로 향한 대량이주의 행렬을 막았다.

통일은 우리의 역사에 굵은 획을 긋는 거대한 사건이다. 과거의 소유권을 그대로 복원하려는 시도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행위이고, 신속한 사유화를 가로막아 통일비용을 크게 증폭시킨다. 신속하고 제도화된 사유화 전략의 수립이 통일세의 필요성을 대폭 감소시킨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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