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명자]기후변화 대응체계 ‘발등의 불’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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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혹독했다. 자원을 흥청망청 탕진하면서 온통 쓰레기로 배출하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가 본격화되는 건 아닌가, 두려움이 앞선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 회의의 초라한 성적표에다가 곧 이은 이상저온 현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듯했다. 그런데 재난은 단발적이 아니라 시리즈로 닥치고 있다. 온난화 위기 시나리오의 심각성은 단지 기온 상승만이 아니다. 대규모 홍수와 가뭄, 급격한 기상변화와 냉해 등 이변현상이 한 묶음으로 몰아닥치는데 대응능력이 보잘것없다는 것이다.

온난화 영향 지구촌 기상이변 몸살


최근의 기상재난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악화일로의 서막일까. 영화 ‘2012’는 그 위협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9세기에 사라진 고대 마야문명은 재앙의 예언이 신통하게 잘 맞았다는 미스터리를 남겼다. 그런데 거기에 2012년 지구종말의 예언도 끼어 있다. 마야문명의 멸망 자체가 기상이변 탓이라는 설이 유력한 것이고 보면 인류문명을 파멸시킨 기상이변의 가공할 파괴력을 실감케 된다.

역사 속에서 기상이변은 어김없이 흉작을 몰고 왔고 기근과 전염병으로 위기를 유발했다. 14세기 중반 유럽대륙을 공동묘지로 만들어버린 페스트는 기온 강하와 홍수 빈발로 삶의 조건이 악화된 가운데 번식력이 큰 쥐 떼에 의해 전파된 재앙이었다. 유럽은 인구의 3분의 1인 3000만 명을 잃었고 북미와 아시아에서도 4000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1918년에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도 그 이전의 기상조건과 맞닿아 5억 명이 감염되고 5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도 기상이 민생과 정치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당시 화산재로 인한 기온 강하는 미미했는데(0.4∼0.7도) 북반구에서는 이듬해 여름이 사라졌고 냉해가 3년간 계속됐다. 굶주림과 전염병은 폭동과 난민 사태를 빚었고 사회적 혼란은 정권 실각 사태까지 빚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치세에서도 1590년대 기상악화로 기근이 닥치는데 여왕이 귀족과 부자에게 수요일과 금요일의 저녁을 굶으라 하고 기부토록 해서 민심을 살폈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에 빵값이 가장 비쌌다는 기록도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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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주부는 시장 보는 게 겁나는 데서, 정부는 농수산물에서 비롯된 물가 오름세를 잡느라 애쓰는 데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절감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재난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다. 이젠 모든 경제 주체가 오늘 당장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따질 여유가 없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고 위기발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는 일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을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특성맞춰 적응능력 키워야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지만 적응능력이 가장 우수한 국가군에 든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적응의 실행 주체인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적응능력을 평가한 것은 의미가 크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지역 특성별 적응능력을 함께 확충하는 길을 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가 인위적 기준에 의한 등수 매기기가 아니라 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능력의 신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지자체 중심으로 민관협력 차원으로 지평을 넓혀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국민이 동참하는 녹색운동으로 전개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명자 KAIST 초빙특훈교수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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