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진 외교라인 빨리 제대로 복원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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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로슬라블에서 어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는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이 배석하지 못했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천안함 문제로 한-러 외교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열린 양국의 정상회담에는 중국 북한을 포함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 외교가 유명환 전 장관의 사퇴 이후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만큼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외교적 우려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러 정상회담은 그럭저럭 지나갔다 쳐도 이달 하순 유엔총회와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예사 외교현안이 아니다. 모두 외교부 장관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중요한 국제행사다. 신각수 외교부1차관이 장관대행을 하고 있지만, 그도 인사권이 박탈돼 외교부 내에서 권한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장관 공석이 길어지면 한국 외교는 선장 없는 난파선 신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도 심상치 않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후계구도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북-중 정상이 논의한 내용은 북한에서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갈등을 해소하고 주요 2개국(G2)으로서 공조 재개를 위해 로버츠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한국 외교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발등의 불이다. 미중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한국은 한반도 현안에서도 국외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수해 지원을 요청하면서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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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는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다. 무너진 외교라인을 조속히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총리마저 공석이어서 후임 장관 제청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급한 대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외교부를 흔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혼란을 극복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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