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명건]G20 상설본부를 서울에 유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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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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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달 후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역사의 틀을 바꾼 사건을 기준으로 보면 19세기는 나폴레옹군이 러시아 침공에서 패배한 1812년 시작되었고 20세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도 실제로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두 세기를 주름잡은 서구 중심의 G8체제가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신흥개도국이 대거 참여한 G20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일본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6개국이 추가로 참여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급격히 이동한 점이다. 아시아는 세계인구의 60%를 차지하고 근검절약하며 과학기술을 신속히 배워서 산업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머지않아 세계경제를 주도하리라고는 누구나 예측했으나 이를 훨씬 앞당긴 셈이다.

G20은 세계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세계경제의 85%를 움직이지만 아직은 실체가 없다. 세계 금융위기로 선진국 중심의 G8이 무기력해지자 미국이 실제 대응능력을 갖춘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급조한 것이다. 정관과 상설기구나 직원도 없고 전임 현임 및 차기 의장국이 임시집행부를 운영할 뿐이다. 또 경제규모로 상위 20개국 중에서 스페인 네덜란드 등 5개국이 포함되지 않아서 회원국의 대표성과 선발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국제금융질서의 확립과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추진하는 데 G20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올해 의장국인 한국이 G20을 상설기구로 만들고 본부를 서울에 유치하는 방안을 제안해봄 직하다.

세계평화공영체제를 공동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촉발하기 쉬운 한국에 G20 본부를 상설함으로써 호전적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각국이 유엔 본부를 유치하려고 나섰지만 록펠러가 대지를 기증함으로써 현 위치로 결정되었듯이 한국도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G20 본부를 유치할 수 있다.

아울러 강화도와 연평도 및 덕적도를 잇는 방조제를 건설한 뒤 5000km²(약 15억 평)를 간척하여 다국적 기업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유럽열강의 격전장이었던 벨기에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를 유치했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불리를 물류의 중심지로 바꾸었던 네덜란드의 지혜도 배워야 한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의존도를 보면 중국은 25.5%인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11%, 6%에 불과하다. 세계의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8%이고,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각각 12.7%와 4.4%이므로 중국 의존도가 위험할 정도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상충되는 경제적 동맹과 군사적 동맹이 격돌하는 사이에 끼인 한국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여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경기만의 간척지를 세계의 공장이자 물류기지로 만들어서 한반도의 안보와 세계의 평화공영을 직결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이는 인류가 국가사회의 무한투쟁으로 인한 무정부 상태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사회로 진입하는 문명사적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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