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식량 난민에서 시작된 탈북자는 2000년대 들면서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6세에서 20세 사이의 탈북 청소년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0년 4월 기준으로 탈북 청소년은 1711명이다. 이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탈북자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하나둘학교를 거쳐 탈북 학생 특성화학교나 일반학교에 다닌다. 적응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안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탈북 학생들의 학교 중도탈락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연령 차를 극복하고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점이다. 탈북 학생들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입국하는 과정에서 학습 공백이 발생해 20대인 중학생 고등학생도 적지 않다. 나이와 학년의 괴리는 또래 관계 형성의 걸림돌이 된다. 또한 우리 학생들의 몰이해와 편견도 부적응의 한 요인이다. 필자가 만난 어느 탈북 학생은 일반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로 옮겼는데 그 이유는 북한에서 사람고기 먹어 보았느냐고 하는 반 친구의 철없는 질문에 상처를 받아서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통일세’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일세를 부과해 통일에 필요한 비용을 점진적으로 마련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북자를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정착금과 공공임대 아파트를 지원받아 경제적으로 후한 처우를 받고,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대학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학한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보다 그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탈북자를 우리 사회의 생산적 기여자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는 독도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역사 교육과정에 독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정규수업이나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독도 계기수업’을 활성화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탈북자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탈북자에 대한 내용을 더 강조하고 계기수업을 통해 명시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탈북 학생과 관련된 정부 부처는 통일부, 교과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이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탈북자 정착 지원을 총괄하고 교과부는 한국교육개발원의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통해 탈북 학생 적응지원 활동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업무를 차별화하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원활히 공유되지 못함으로써 사업이 중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 부서들을 총괄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종합적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탈북자는 결핍 상태에 있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남한이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려는 ‘새터민’이고, 남북한 통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통일 일꾼’이기도 하다. 탈북자들은 이질적인 배경 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우리와 비교해 다소간의 ‘다름’이 있을 뿐, 함께 나아가야 할 소중한 파트너인 것이다. 요즘의 화두인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싶다면 탈북 학생에게 손을 뻗어 멘터-멘티 관계를 맺고, 탈북 과정에서 겪었을 온갖 고난과 악몽의 응어리를 녹여줄 따뜻한 마음을 보내봄이 어떨까. 통일세가 통일에 대한 재정적 대비라면 탈북자를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통일에 대한 심리적 대비라고 할 수 있다.
박경미 객원논설위원·홍익대교수·수학교육 kpar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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