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선택권 키운 수능, 대학자율 따라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 개편안은 응시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영역 시험은 난이도에 따라 A형, B형으로 나눠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수험생의 수능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09년 교육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을 수준별로 편성하고 지나치게 세분된 교과목을 유사 분야끼리 통합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맞춰 수능시험 역시 국영수 세 과목은 기본인 A형과 심화인 B형 등 수준별 시험체제를 도입하고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은 영역당 한 과목만 선택하도록 했다. 수험생이 진로와 수준에 따라 A형, B형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학습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예체능 전공자가 국영수 과목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불합리한 점도 개선될 수 있다.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수능시험의 비중이 높고 수능시험의 과목 수가 많아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큰 것은 우리나라 입시의 오랜 고민거리다.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은 1년 중에 여러 차례 시험이 있기 때문에 수험생은 준비가 되었을 때 응시해 영역별로 가장 높은 점수를 대학에 보낸다. 과목 수는 독해 수학 작문 등 세 과목에 불과하다. 대학이 요구하고 학생이 원할 경우 SATⅡ(외국어 과학 역사 등에 관한 시험)는 선택적으로 응시하면 된다. 우리의 수능시험도 학생이 여러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변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개편안대로 시행하면 국영수 과목의 학습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이 모두 B형만 선택할 경우 수준별 시험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탐구영역에서 선택과목이 축소될 경우 점수 따기 어렵고 인기 없는 과목들이 수험생의 기피 현상으로 고교 교육과정에서 고사(枯死)할 수 있다. 사교육을 잡으려는 의도에 집착하다 보면 학습능력 평가라는 수능시험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기 쉽다.

수능시험 개편이 실효를 거두려면 대학의 협조가 필수다. 대학이 전공별로 수능시험 응시과목과 수준을 지정하지 않는 한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B형을 집중적으로 응시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은 자율적이고 다양한 입시방식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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