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낙인]검찰시민위, 국민참여 새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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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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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사에 큰 오점을 남긴 스폰서 검사 사건은 아직도 특검이 수사 중이다. 그 와중에 상설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제3의 수사기관 신설 논의는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검찰의 자체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은 사상 처음으로 감찰책임자를 외부에서 수혈하고 검찰권의 핵심인 기소 때부터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신설한다.

헌법상 기소독점주의 원칙에 따라 검사만 피의자의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재정신청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은 헌법소원이었다. 헌법재판사건의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기소독점주의가 기소편의주의로 남용되었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서 국민의 참여 보장은 검찰권 행사를 국민들 앞에 백일하에 드러내 놓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다짐받겠다는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사의 공소제기, 불기소 처분, 구속취소, 구속영장 재청구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해 설치된다. 위원회는 전국 41개 검찰청에 설치하며 9인의 보통사람으로 구성된다. 일반시민의 통상적인 법감정에 비추어 처벌해야 할 범죄자인지를 가려보자는 취지다. 위원회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또는 지역 토착 비리, 대형 경제 범죄사건이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작동된다. 위원의 공모과정에서 시민들의 높은 참여 열기는 검찰에 대한 애증을 입증한다.

일찍이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주장한 3권분립론은 근대적 정치제도의 원형이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선출된 권력기관이지만 임명된 권력기관인 사법부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임명된 권력이 때로 선출된 권력을 압도하기도 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준사법기관이다. 민주화와 더불어 검찰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사정기능은 검찰로 집중된다. 이에 임명된 권력의 작동에도 국민의 참여가 요구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을 통해서 국민의 사법 참여를 보장한다. 우리도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를 위한 배심제를 실시하고 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미국의 배심제와 일본의 기소심사회를 절충한 제도이다. 하지만 형사배심재판과 마찬가지로 법적 기속력을 담보하지 못하므로 위원회의 견해를 검찰이 최대한 존중해 줄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될 사안을 생각해 보자.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다른 예로 국무총리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사찰을 자행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발표가 있었다. 컴퓨터 기록 파기 및 대통령비서관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에 의구심이 나온다. 시민위원회가 소위 영포회 사건 관련 당사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한 후에 시민의 판단을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일반시민이 참여해본들 불기소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검찰시민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한계에 봉착한다. 그간 검찰이 죽은 권력에는 강도 높은 수사를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는 약한 면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배심재판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져야 배심원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검찰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는 부정과 불의를 발본색원하는 강력한 수사의지로부터 비롯된다. 임의기구인 검찰시민위원회가 궁극적으로 법적 기구로 정립되어 제도적으로 안착되기를 기대한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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