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굴곡의 역사’ 바로잡고, 방송산업 경쟁력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올해 안에 허가하기로 일정을 정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심사기준이 어제 발표됐다. 방통위는 종편사업자를 어떤 방식으로 몇 개 뽑을지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해놓고 희망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고득점 순으로 뽑는 비교평가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일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면 모두 승인해주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심사기준을 명확히 한 뒤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한다면 비교평가냐 절대평가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자원이 한정된 방송광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편사업자의 과다(過多) 선정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통위는 심사배점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제1안과 콘텐츠경쟁력을 강조한 제2안,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종합편성 콘텐츠사업 승인 심사기준을 중시한 제3안을 제시했다. 2009년 7월 미디어 관련법의 개정은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깨고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KBS와 MBC는 각각 지분의 100%와 70%를 정부가 사실상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KBS, MBC 등 국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방송의 매출액 비중이 77%나 된다. 지상파는 시청률과 광고수입에 급급해 방송의 공익성을 외면했다. 노조가 사실상 주인 노릇을 하는 노영(勞營)방송 구조는 ‘과잉 복지’ ‘편향 보도’ 논란을 불렀다. 독과점의 폐해를 혁파하려면 새로 탄생하는 종편은 공정성 공익성이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종편의 콘텐츠 경쟁력은 자체 제작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독립제작사와 상생(相生)구조를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독립제작사들은 그동안 방송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가 지상파 방송 위주로 이뤄져 거대 방송사의 횡포에 시달렸다. 한류(韓流)를 살찌울 젖과 꿀이 방송사로만 흘러들어간 것이다. 새로 허가를 받는 종편은 기본적인 기획 편성 제작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독립제작사와 해외 미디어를 시청자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방송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종편 선정은 1980년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으로 만들어낸 지상파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개혁하고 신문과 방송의 칸막이를 없애 미디어융합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동아일보는 라디오방송의 선구자였던 동아방송(DBS)을 신군부에 강제로 빼앗겼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굴곡의 역사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방통위는 미디어융합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를 육성한다는 사명감으로 올해 안에 차질 없이 종편 선정을 마쳐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