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의 발’ 버스 폭발 방치, ‘親서민’이 무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3일 03시 00분


버스에 장착하는 압축천연가스(CNG) 용기가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고 검사 기준조차 없다는 것을 전문가들이 지적했는데도 관계 당국이 방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NG 버스가 지난 5년간 7차례나 폭발 사고를 냈지만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부와 버스회사는 위험 경고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9일 버스 운행 중에 가스용기가 터져 17명이 부상한 뒤에야 서울시는 폭발한 용기와 제작연도가 같은 모델을 장착한 시내버스의 운행을 중단했다. 정부도 출고 3년 이상 된 CNG 버스의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아무리 친(親)서민을 강조해도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해서는 ‘친서민 정부’가 무색할 뿐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연구원은 2008년 12월 ‘CNG 자동차 안전성 향상 연구’ 보고서를 통해 CNG 자동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보다 CNG 자동차를 10년 이상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안전문제로 가스용기를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충전사업자가 가스 공급 중에 안전점검을 하도록 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를 수용해 미리 대비책을 시행했으면 승객의 발목이 뭉개지는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CNG 버스 보급은 환경부, 차량 장착 전의 가스용기는 지식경제부, 운행 차량은 국토해양부에서 관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용역 보고서는 참고사항일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CNG 버스는 우리 마음대로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가 CNG 버스 관리 및 행정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고 ‘서민의 발’이 안전하게 운행되도록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게 친서민의 실천이다. 날마다 버스를 타지 않을 수 없는 서민이 버스 안에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가슴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치는 친서민 구호는 서민들을 화나게 할 뿐이다. 모든 분야에서 서민 삶의 질을 실제로 높이는 친서민 정책이라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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