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지자체의 지불유예-인사전횡에도 뒷짐진 행안부

  • Array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은 9일 “행정안전부가 내린 인사 취소 명령은 인사재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명령이 적법한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안양시가 행안부 명령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확전을 피했다. 안양시가 지방자치법 169조에 따라 경기도지사가 직권으로 인사를 취소하기 전에 부당 인사를 시정할 것으로 본 것. 하지만 행안부 판단과 상관없이 안양시는 행안부가 지방자치법 171조에 따라 실시한 감사 결과 조치 명령을 무시했다. 지방자치법 171조에 직권 취소 조항이 없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안양시에 정면 대결을 피하려던 행안부가 당한 셈.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 전국적인 지방재정 위기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때도 행안부는 단체장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징계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방자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불법 단체로 규정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해서도 본질적 해결방안을 외면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는 마찬가지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전공노에 한 번도 해산을 요구한 적이 없다. 숱한 정부 정책 비판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합법 노조로 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소식도 없다.

정부가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단체장 권한을 존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다. 합법적인 공무원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인사 절차를 무시하는 지자체장, 법을 무시하는 노조의 행태에 주무 부처가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국가 공권력이 무시당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기 때문이다. 법을 잘 지키는 국민 사이에서 “도대체 정부가 있는 것인가”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논란만 피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못하는 게 맹 장관의 개인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맹 장관은 여야 불문하고 적이 없는 정치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공격성 발언이나 정면 비판보다는 인화력과 포용력을 내세운 덕분이다. ‘색깔이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권에서는 필요한 인사라는 칭찬도 들었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장관이 문제 해결을 피하고 인기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핵심 부처 장관이 ‘제멋대로’ 행정이 속출하는데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밖에 없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