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의 발’ 버스 가스통이 터지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서울에서 압축천연가스(C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시내버스가 그제 폭발해 승객과 행인 17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났다. 가스통 폭발을 초래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에서만 하루 530만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인 버스가 폭발사고를 일으켰으니 시민의 불안이 크다. CNG 버스 폭발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0년 이후 전국에서 7건의 폭발사고가 있었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관계당국의 무신경이 한심하다.

CNG 버스는 서울에만 전체 노선버스의 95%인 7234대가 운행 중이다. 전국에 2만3000여 대가 보급됐다. 가격은 비싸지만 매연 배출이 거의 없고 소음도 작아 친환경적이다. 아무리 친환경 버스라 하더라도 안전성에서 취약하면 시민을 싣고 달리는 흉기나 다름없다. 가스통이 겨울철 제설용으로 뿌리는 염화칼슘에 의해 부식되거나 운행 도중 충격으로 균열이 생길 경우 가스가 새어나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가스통 자체가 불량품이면 더욱 위험하다.

선진국에서는 CNG 버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3년마다 가스통 정밀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는 CNG 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일반버스 수준의 검사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CNG 버스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밀검사 의무화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가스통 재질을 폭발 위험성과 부식 가능성이 좀 더 낮은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스통을 버스 밑바닥보다는 천장 쪽에 장착하는 것이 정비가 쉽고 폭발 시 위험성도 덜하다는 의견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서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의 안전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