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범]음악 프로그램에 필요한 게임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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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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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 중 하나인 트위터가 인기다. 새로운 트렌드의 수용에 발 빠른 연예계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연예인이 트위터를 통해 팬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한 그룹 DJ.DOC의 리더 이하늘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지상파TV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비판해 온라인이 떠들썩했다.

그가 트위터에서 “거지 같은”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음악 프로그램 출연의 공정성. 이하늘은 같은 방송사의 토크쇼에 나가지 않아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 못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가수들에 대한 방송사의 “공갈압박”이라고 비난했다.

해당 방송사는 부랴부랴 “오해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하늘은 트위터에 새로 올린 글에서 자신을 “양치기 중년”으로 만들지 말라며 성의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가수, 그것도 DJ.DOC처럼 오랜 공백 끝에 컴백하는 그룹이 중요한 활동무대인 음악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가 스스로 트위터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표현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늘의 발언 파문에 대해 가요 관계자들은 ‘말이 일부 거칠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라는 반응이 많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직접,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음반 제작자는 이하늘의 주장에 대한 가요계의 ‘침묵 속 동조’에 대해 “방송사와 가수, 또는 음반기획사는 슈퍼갑과 을의 관계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도 동감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TV 3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모두 3개. 주로 늦은 밤에 편성된 라이브 전문 프로그램까지 합해도 가수가 노래를 부를 무대가 있는 프로그램은 지상파 기준으로 10개가 안된다.

반면, 가요계에서는 많게는 하루에도 3, 4장의 새 앨범이 나온다. 영화가 수백개 개봉관에서 동시에 개봉해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기는 ‘속전속결’이 흥행의 기본이 된 것처럼 음악 역시 초반 1, 2개월의 판매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발표 하자마자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노래를 알리는 홍보활동은 필수적이다. 수요와 공급의 이러한 불균형에서 결국 ‘슈퍼갑과 을’이란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을 둘러싼 뒷말은 가요 현장에서 자주 들려왔다.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쟁사에 먼저 출연했다가 제작진에게 미운 털이 박혀 출연을 못했다거나, 이번에 논란이 된 것처럼 같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음악 프로그램에 나설 자리가 생기는 ‘패키지 출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새는 아이돌 그룹이 속한 대형기획사만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불만이 자주 나온다.

좀 더 많은 무대를 원하는 가수들과 한정된 프로그램 안에서 이런 요구를 소화해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는 제작진. 여기서 필요한 것은 양자가 인정하고 지킬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그것을 만드는 일이 꼭 어렵지도 않다. 이하늘이 트위터에서 원한 “서로 필요하고 원해서 만드는 방송이니만큼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해 주면”이란 원칙을 지키면 쉬워진다.

김재범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 부장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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