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 경쟁’하는 與野, 국회에서 할 일부터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지금 정치권은 ‘반성의 계절’이다. 여당도 반성, 야당도 반성이다.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반성의 의미로 지도부 교체에 이어 ‘서민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강조하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에도 한나라당의 반성 구호는 멈추지 않는다. 정계에 복귀한 이재오 의원과 정두언 최고위원은 그제 허리를 90도 숙인 자세로 서로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6·2지방선거에 승리한 민주당도 재·보선 패배 이후 “처절하게 반성한다”는 말을 되뇌고 있다.

그러나 두 당의 말과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간의 초기 감정싸움이 불협화음을 빚더니 이제는 당직 인선을 놓고 최고위원들 간에 티격태격하고 있다. 계파 간 갈등과 ‘자기사람 심기’ 싸움의 표본이다.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 제명 문제도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보선 패배 책임과 관련해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 문제를 놓고 며칠씩 내부 갈등을 노출했다. 지도부 사퇴 논란이 정리된 지금 민주당의 관심은 오로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다음 달의 전당대회에 쏠려 있다. 두 당 모두 입으로는 반성과 민생을 떠들지만 실제 행동은 내부권력 다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지금 나라 상황은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 사람들이 에어컨 바람 잘 나오는 시원한 당사(黨舍)나 호텔 레스토랑에 앉아 ‘정치적 수(手) 싸움’에 몰두해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과거의 오만을 반성하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면 정치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해주는 일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국민 삶의 기초인 민생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교육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규제 혁파와 선진화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도 찾아야 한다.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마냥 방치해둘 수 없다. 지방선거 이후 떠오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중앙교육당국과 지방교육감, 지방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국민이 발을 뻗고 잘 수 있도록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북한 김정일 체제가 잘못을 고쳐가도록 촉진하고 긴 안목에서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여야가 국회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경쟁할 땐 경쟁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정책 검증과 입법 활동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반성의 모습이다. 말과 제스처만 앞세우는 반성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정치 불신과 혐오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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