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경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열악한 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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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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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경기 부천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8월에는 충북 제천, 9월 서울 충무로, 10월에는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뉴스의 대부분은 화사한 의상을 착용하고 들어서는 인기 스타의 레드카펫 행사에 시선을 보내지만 이면에는 안타까운 풍경도 있다.

부천의 경우 송내역 북부 광장 천막 텐트에서 영화제 참석을 안내하는 남녀 대학생이 우비 하나를 걸치고 쏟아지는 폭우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소풍터미널, 부천CGV, 부천시청 등 주요 행사장에 서 있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한 번쯤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오전 9시 30분부터 마지막 4회 영화가 끝나는 오후 10시 반까지 거리에서 그들은 매연과 빗줄기를 참아가며 자원봉사를 한다.

부천뿐 아니다. 가장 더운 8월 중순에 진행되는 제천영화제의 경우 버스터미널에서 안내를 하는 학생은 행사 끝부분에 가면 모두 지쳐서 테이블에 고개를 숙이고 잔다. 최장 10일에서 최소 4일 동안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고 그들이 받는 것은 ID카드, 자원봉사 활동 경력 서류 한 장뿐이다.

사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학생들이 해마다 자원봉사를 위해 모이므로 당국에서는 점심과 저녁식사만 제공하고도 고급 인력을 쉽게 활용한다. 더욱 한심한 점은 자원봉사자에게 알량한 사회적 권위를 내세워 헛기침을 해대는 어른이 많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려는 학생이 나중에는 자원 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역사가 10년이 넘는 국제영화제가 2개씩 운영되지만 돈 한 푼 제대로 주지 않고 자원봉사자만으로 꾸려 나가는 현재의 시스템을 보면 고급 인력 착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가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영화제를 진행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인권의 사각지대는 국제영화제 현장에도 있다.

이경기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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