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 서비스산업 발 묶고 무슨 일자리 창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어제 확정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5% 내외’에서 5.8%로 올렸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내수업종, 서민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의 65%가 ‘6개월 전에 비해 경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지만 일반 국민은 ‘좋아졌다’가 16%, ‘나빠졌다’가 47%였다. 경기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하반기에 서민 중산층도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가 친(親)서민 대책으로 내놓은 일용근로자의 근로소득세 인하는 116만 명에게 연간 250억 원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한 사람당 2만 원 남짓한 생색내기용 대책으로는 서민의 체감경기를 개선할 수 없다.

서민과 중산층의 가장 큰 바람은 일자리 확대다. 이 대통령도 “최고의 복지대책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만4000명에게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포스트 희망근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일자리로 실적 수치만 늘리려 한다면 서민층에 실망만 안겨줄 것이다. 상반기 희망근로는 신청이 미달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을 허용해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도록 해야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생겨날 텐데 여태껏 논란뿐이다.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국민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어제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보완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며 거듭 반대했다. 영리병원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지금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두 부처는 자기주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이를 조정할 정부 차원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호텔이나 골프장이 생기면 서비스 일자리가 수백 개 생긴다. 고급 의료서비스나 해외환자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병원은 고급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각국은 해외환자 유치에 바쁜데 우리는 법규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다. 의료관광에 일찍 눈뜬 태국 싱가포르 등에 고급 일자리를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제조업에서 세계 6대 강국이지만 서비스 산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한다. 일자리를 위해서도,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숫자 채우기식 시혜성 서민대책 대신에 서비스산업 규제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 실용정부가 가장 실용적으로 일해야 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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