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화학적 거세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흉포한 성범죄자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딸 가진 부모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 여자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화학적 거세 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2008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 성범죄자 중 성도착증 환자에게는 호르몬을 투입해 성욕을 감소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세(去勢)’라는 말이 주는 불쾌한 느낌 때문에 과거 남자에게 치욕적 형벌이었던 궁형(宮刑)을 생각하기 쉽다.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고환을 적출하는 것은 물리적 거세이다. 화학적 거세란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호르몬을 투여해 성적 욕구를 상실시킨다.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약물은 루프론(Lupron) 주사제다. 루프론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한다.

▷아동대상 성범죄를 엄격하게 다스리는 선진국에서는 재범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거세제도를 활용한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독일, 미국 텍사스 주는 물리적 거세를, 덴마크 폴란드 및 미국 6개 주가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인권의식이 낮아서 거세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다.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의 특성과 사회방어 차원, 치료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물론 국민적 합의와 당사자의 동의, 법원 판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 시행한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반대의견은 첫째 헌법이 규정한 ‘이중처벌 금지’를 위반하며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평생 겪을 고통과 상처를 감안하면 과잉처벌이라 볼 수 없다는 반론도 강력하다. 두 번째 반대 이유는 지금까지 화학적 거세를 받은 사람들의 수가 너무 적어 재범률 하락 효과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화학적 거세 하나로 모든 성범죄를 해결할 수는 없고 다른 교정치료와 보완조치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1년에 1명당 호르몬제 투입비용은 300만 원가량이지만 비용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민 사이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얻느냐에 따라 정부의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